요한계시록 2장 8절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가 이르시되” (계 2:8)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에서 서머나 교회는 비교적 책망이 없는 교회로 언급되며, 오히려 칭찬과 위로, 그리고 격려를 받은 교회였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서머나 교회는 가장 극심한 고난 가운데에서도 믿음을 지킨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바로 그 고난받는 교회를 향해 당신 자신을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라고 계시하셨습니다.

먼저 주님의 자기 계시 중 첫 번째는 “처음이요 나중이요”라는 선언입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절대성과 주권을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이미 요한계시록 1장 17절에서도 주님은 사도 요한에게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라고 말씀하셨고, 이사야 44장 6절에서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친히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라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느니라”고 선포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이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 곧 영원한 존재이시며 만물의 주권자이심을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서머나 교회의 성도들은 로마 제국 아래에서 극심한 황제 숭배의 압력을 받았습니다. ‘카이사르는 주님이시다’라는 고백을 거부하고 ‘예수는 주님이시다’고 고백한 이들은 직장을 잃고, 재산을 몰수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받았습니다.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너무나 어두웠고, 미래는 불확실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 앞에 당신 자신을 “처음이요 나중이요”라 하심으로, 이 세상의 시작과 끝, 역사의 방향과 마무리가 주님 손안에 있음을 확실히 해주셨습니다. 세상 권세자들이 아무리 위협해도, 결국은 주님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둘째로, 주님은 당신 자신을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서머나 교회 성도들에게 절대적인 소망의 말씀이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이시기 때문에, 그분을 따르는 자들도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님이 “죽었다가” 살아나셨다는 표현입니다. 이는 단지 살아났다는 결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죽음의 고통과 절망을 통과하셨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2장 14절에서는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시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와 같은 육신을 입으시고, 우리 대신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셨으며, 그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 이제는 죽음조차도 그분의 통치 아래 있게 하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20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라고 선포하며, 부활의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 안에 우리도 부활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서머나 교회는 실제로 순교의 피를 흘린 많은 성도들을 지닌 교회였습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폴리갑(Poycarp) 감독입니다. 그는 “86년 동안 주님을 섬겼거늘 어찌 나의 구주를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고백하며 순교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바로 그런 시대, 그런 현실 속에서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라는 주님의 자기 계시는, 단지 감성적 위로가 아니라 생명의 약속, 부활의 보증, 신앙의 확증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시대에도 서머나 교회와 같은 현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신앙을 지키는 것이 불이익이 되고,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 조롱당하고, 진리를 따라 사는 것이 불편한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정 안에서, 직장 안에서, 사회 안에서, 우리도 고난을 겪게 됩니다.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주님의 자기 계시입니다.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 – 그분이 나의 주님이시라는 믿음입니다.

주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아셨고, 마지막까지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우리가 죽음의 그늘 아래를 걷게 될지라도, 죽음을 이기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부활의 영광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고난 앞에서도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신실하게 믿음을 지키는 자가 됩시다.

요한계시록 2장 10절에서도 주님은 서머나 교회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사랑하는 여러분, 이 주님의 약속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진 것입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 처음이요 나중이신 그분을 믿고 따르며, 모든 고난 속에서도 승리하는 성도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