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알고 또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아니한 것과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시험하여 그의 거짓된 것을 드러낸 것과 또 네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노라.” (요한계시록 2:2–3)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께서는 오늘 본문을 통해 에베소 교회를 향한 깊은 관심과 정확한 인식을 드러내십니다. 그분은 교회를 외면한 채 멀리서 지켜보시는 분이 아니시며,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수고와 인내, 그리고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분투를 분명히 알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주님의 말씀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교회에도 동일한 격려와 도전이 됩니다.
먼저, 주님은 에베소 교회 성도들의 ‘행위’와 ‘수고’와 ‘인내’를 알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위(헬라어: ἔργον)’는 단순한 외적인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전반에 걸친 신앙의 실천과 헌신을 포괄적으로 포함합니다. 요한복음 3장 19–20절, 요한복음 5장 36절, 요한일서 3장 8절 등에서도 행위는 그 사람의 신앙의 실상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집니다. 에베소 교회의 행위는 단순한 종교적 활동이 아니라, 믿음에 기반한 삶의 실천이었습니다.
‘수고(헬라어: κόπος, 코포스)’는 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단순한 노력이나 활동이 아니라, 심신을 다해 전심전력으로 감당하는 헌신을 뜻합니다. 로마서 16장 12절과 고린도전서 15장 10절에 나타난 것처럼, 사도 바울 역시 복음을 위한 수고를 자신의 삶 전체로 감당하였습니다.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수고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그 수고에 대한 응답은 언제나 ‘예’가 되어야 합니다.
‘인내(헬라어: ὑπομονή, 휘포모네)’는 단지 참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이겨내어 변화시키려는 믿음의 태도입니다. 야고보서 1장 3절에서도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고 하셨습니다. 에베소 교회는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으로 인해 고난이 닥쳐왔을 때, 그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믿음으로 담대히 대응하였습니다. 에베소서 1장 15절에서도 바울은 그들의 믿음과 사랑에 대해 칭찬한 바 있습니다.
둘째로, 주님께서는 에베소 교회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아니한 것’과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시험하여 거짓된 것을 드러낸 것’을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교회가 거짓 교사와 이단에 대해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마태복음 7장 15절에서 예수님께서는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교회는 그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그 열매로 진위를 분별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20장 29절에서도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에게 “내가 떠난 후에 흉악한 이리가 너희 가운데 들어와서 그 양 떼를 아끼지 아니하리라”고 경고하였습니다. 비록 구체적인 이름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에베소 교회는 그 시대에 스며들어오려는 거짓 가르침에 단호히 맞섰고, 영적 순결을 지켜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관용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진리의 타협을 쉽게 허용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에베소 교회의 모습은 분별력 있는 교회의 본보기가 됩니다. 그들은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진리를 버리지 않았고, 진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셋째로, 예수님은 에베소 교회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그들이 단지 고난을 참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박해를 당하면서도 신앙을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지켰음을 의미합니다. 당시 로마 제국은 황제 숭배를 강요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자들이 활개를 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에베소 교회는 그 악한 도전 앞에서도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소망과 믿음을 견고히 지켜냈습니다.
이처럼 에베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고난과 유혹을 물리치고, 헌신과 인내로 그 믿음을 실천하였습니다. 주님은 그 모든 수고와 충성을 알고 계셨고,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길을 따르라고 권면하십니다. 요한복음 16장 33절에서 주님은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인내하며, 거룩한 진리를 지키는 교회로 남아야 합니다.
주께서 아신다고 하신 그 말씀처럼, 우리 각자의 수고와 눈물, 기도와 충성은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오른손으로 우리를 붙드시며 끝까지 인도하십니다. 오늘도 그 주님을 신뢰하며, 에베소 교회처럼 진리와 믿음에 굳게 서는 삶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