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계시록 2장 1절
“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가 이르시되”
요한계시록 2장부터는 주님께서 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주신 편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 첫 번째 교회가 바로 에베소 교회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주님께서 각 교회에 말씀을 전하시기 전에 먼저 당신 자신을 어떻게 나타내시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님은 각 교회마다 그들의 상황과 영적 상태에 가장 적합한 모습으로 당신을 계시하셨습니다. 그 모습은 단순한 소개를 넘어, 교회에 주시는 경고와 위로, 책망과 격려의 성격을 모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에베소 교회를 향해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 이 표현은 요한계시록 1장에서 요한이 환상 가운데 본 그 주님의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1장 16절에서 “그의 오른손에 일곱 별이 있고”라 했고, 1장 13절에서는 “일곱 금촛대 사이에 인자 같은 이가” 계심을 보았습니다. 곧 주님께서는 교회와 그 지도자들 가운데 친히 임재하시며, 그분의 손으로 붙드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심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먼저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라는 표현을 묵상해 봅니다. 여기서 ‘일곱 별’은 요한계시록 1장 20절에서 밝힌 대로, 일곱 교회의 사자들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사자들’은 각 교회의 지도자들, 즉 목회자들이라 해석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 별들을 당신의 ‘오른손’에 붙잡고 계신다는 것은, 교회 지도자들이 그 어떤 세상의 권세나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주님의 손에 붙들려 있다는 확신을 주는 말씀입니다.
성경에서 ‘오른손’은 하나님의 권능과 보호, 통치를 상징하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시편 118편 16절에서는 “여호와의 오른손이 높이 들렸으며 여호와의 오른손이 권능을 베푸시도다”라고 고백합니다. 또한 이사야 41장 10절에서도 주님은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지도자가 외로운 자리가 아니며, 주님의 손에 의해 붙들려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 모든 목회자와 성도를 위로하고 굳세게 하는 말씀입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합니다. 요한계시록 1장 20절은 일곱 금촛대를 ‘일곱 교회’라고 분명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님은 하늘 높은 보좌에만 머무시는 분이 아니라, 지금도 이 땅의 교회들 가운데 친히 거니시며, 함께 하시고 계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마태복음 18장 20절에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하신 말씀과도 일치합니다.
주님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배드릴 때도, 기도할 때도, 찬송할 때도, 주님은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주님의 이름을 높일 때, 주님은 우리의 중심을 감찰하시고, 우리의 마음을 살피시며, 우리의 교회가 진정한 빛을 비추고 있는지를 점검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렇기에, 주님께서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신다는 이 표현은 단지 위로의 말씀이 아닙니다. 동시에 경고의 말씀입니다. 요한계시록 2장 5절에서 주님은 에베소 교회에 대해 “회개하지 아니하면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말씀하십니다. 촛대는 곧 교회입니다.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교회, 주님의 뜻대로 살지 않는 교회, 첫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는 존재의 의미를 잃고, 결국 주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엄중한 메시지입니다.
주님이 우리 교회 안에 계시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주님은 지금도 우리 교회 안을 거니시며, 예배를 받으시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대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섬기고 있는지를 살피고 계십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서야 하며, 동시에 위로와 소망도 얻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심판자이시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목자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에베소 교회를 향해 책망하셨지만, 또한 그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 2:5)고 하신 주님의 음성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울려 퍼집니다. 우리가 혹시 처음 사랑을 잃어버리고, 습관적 예배, 형식적 봉사, 메마른 신앙생활에 빠져 있다면, 주님은 회개하라고 명하십니다. 그리고 그 회개의 자리로 나아오는 자들을 주님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교회의 주인이십니다. 그분은 별들을 붙드시며, 촛대들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의 교회는 그분의 손에 있으며, 주님의 교회는 그분의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도 주님의 임재 앞에 거룩함으로 서야 하며, 주님의 뜻을 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눈은 불꽃같이 우리를 살피고 계시고, 주님의 음성은 여전히 말씀 가운데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교회가 주님의 손에 붙들린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주님이 떠나지 않으시는 교회, 주님께서 함께 거니시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각 사람이 회개하고, 깨어 있으며, 말씀에 순종하며, 기도에 힘쓰는 신실한 성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촛대 사이를 거니십니다. 바로 이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공동체를 살피고 계십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더욱 거룩하고 순결하게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복된 주일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