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가 이르시되” (요한계시록 2:1)

요한계시록 2장부터는 주님께서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각각 보내신 메시지가 이어지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에베소 교회를 향한 주님의 음성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님께서 각 교회에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자신이 누구신지를 드러내시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지 자신을 소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방식으로 주님 자신을 계시하심으로써, 그들의 문제를 다루고 위로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에베소 교회를 향한 메시지의 시작에서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로 자신을 나타내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미 요한계시록 1장 13절과 16절에서 보여주신 환상의 연속으로서, 교회에 대한 주님의 보호와 통치, 그리고 깊은 관심을 재확인시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오른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라는 표현은 주님께서 교회의 사자들, 즉 천사나 교회의 대표 지도자들을 당신의 권능의 손으로 굳게 붙들고 계심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오른손’은 성경에서 권세와 능력, 보호를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이는 주님께서 교회를 구성하는 지도자들과 전체 공동체를 친히 붙들고 계시며, 어떤 세력도 그들을 빼앗을 수 없다는 강력한 약속의 표현입니다. 요한복음 10장 28절에서도 주님은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또한, ‘일곱 금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라는 표현은, 주님께서 단지 하늘 보좌에 앉아 계시는 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들 가운데를 친히 거니시며 살펴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마태복음 18장 20절에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하신 말씀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주님은 교회를 떠나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의 예배, 사랑, 충성, 심지어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까지도 지켜보시는 살아계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러한 자기 계시는 단지 위로의 메시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 5절에서는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는 경고의 말씀도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촛대 사이를 거니신다’는 표현은, 곧 심판과 책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주님은 교회 가운데 임재하시되, 거룩하지 못한 것과 타협하는 교회를 결코 그대로 두지 않으십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주님 앞에 늘 두렵고 떨림으로 서 있어야 하며, 그분의 임재 앞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주님의 이러한 자기 계시는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주님은 지금도 당신의 교회들을 친히 붙드시고, 그 가운데를 거니시며, 신실함을 기뻐하시고 불순종을 경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임재를 의식하며 늘 깨어 있어야 하며, 그분의 말씀 안에서 회개와 믿음으로 굳게 서야 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오늘도 우리로 하여금 주님이 누구신지를 바르게 깨닫게 하시고, 우리의 교회가 주님의 오른손에 붙들려 있으며 그 발걸음 아래 거하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