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마태복음6:9)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실 때, 주기도문의 첫 마디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였습니다. 짧은 이 한 문장은 단순한 기도의 서두가 아니라, 우리의 신앙 정체성과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기도의 본질을 담은 영광스러운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이 한 문장을 통해 기도하는 자가 누구인지, 우리가 부르는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먼저 깨닫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 위에서 기도를 쌓아 올리게 하십니다.


먼저 예수님은 하나님을 ‘전능하신 심판자’나 ‘하늘의 주재자’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십니다. 이것은 구속받은 하나님의 자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요한복음 1장 12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한 자만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이 호칭은 단순한 친근감의 표현이 아니라 관계의 선언입니다. 로마서 8장 15절에서 바울은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였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빠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른다는 것은 그분이 나의 보호자이시며 공급자이시고, 나는 그분께 속한 자녀라는 확증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지 ‘아버지’라고만 말씀하지 않으시고,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을 덧붙이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높은 곳에 계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분이 피조 세계와 구별되시며, 권세와 영광과 거룩함 가운데 거하신다는 것을 선포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지만, 결코 가볍게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친밀하시되 동시에 경외해야 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주기도문의 첫 마디는 친밀함과 경외심이 동시에 담긴 균형 잡힌 고백입니다.


예수님께서 이어서 가르치신 첫 번째 간구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입니다. 주기도문의 시작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다’는 것은 단지 그분의 이름을 높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이 존귀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린도전서 6장 20절은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려면, 우리의 말과 행동,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하나님의 거룩함을 반영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구체적인 삶의 태도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겸손입니다. 하나님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태도입니다. 나의 이름보다 하나님의 이름이 드러나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 둘째, 감사입니다. 모든 좋은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기억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을 찬양하는 삶입니다. 셋째, 경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하고, 그 뜻에 순종하는 마음입니다. 경외함이 사라지면 하나님의 이름은 쉽게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경외함이 살아 있으면, 우리의 삶은 자연스럽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됩니다.


주기도문의 서두는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분은 멀리 계신 절대자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늘에 계신 거룩하신 왕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친밀함 속에서도 경외심을 잃지 않고, 경외심 속에서도 담대히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의 시작을 언제나 하나님의 영광으로 열어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하나님 중심적인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필요보다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이 먼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기도는 하늘의 뜻을 땅에 이루는 능력의 기도가 될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는 고백이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매일 울려 퍼지고, 그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 역사가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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