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5장 17-20절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마태복음 5:17)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을 통해 그분의 사역과 율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선언하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율법의 중심성, 특히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 사이에서 율법을 신앙의 절대 기준으로 여긴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히려 율법을 완성하기 위해 오셨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성취하셨습니다. 율법은 단지 규율의 목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담은 계시이며, 예수님의 삶과 사역은 그 계시의 참된 의미를 드러내는 절정입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지하신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율법을 완전히 이루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 아래 태어나셔서(갈라디아서 4:4), 그것을 철저히 지키셨습니다. 누가복음 2장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율법의 절차에 따라 할례를 받으시고, 정결례와 헌물을 드리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눅 2:21-24). 그분의 삶은 율법의 완전한 순종으로 채워졌고,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율법의 형벌과 저주를 친히 담당하신 행위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으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다”(갈 3:13)는 말씀처럼, 예수님은 율법이 요구하는 의로움을 우리 대신 이루시고, 죄인이 율법 아래서 받을 심판을 대신 감당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율법을 형식적으로 지키는 것을 넘어서, 그 본질적 목적과 의미를 드러내셨습니다. 그분은 새로운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옛 언약이 낡고 쇠하여 없어질 때가 가까웠다”(히브리서 8:13)고 선포하시며, 새 언약 안에서 하나님의 율법이 마음판에 기록되도록 하셨습니다(히브리서 10:16). 이는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적인 순종이며,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을 중요시하던 당시 유대교의 신앙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분명히 하셨습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태복음 5:1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시대를 초월하며,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며(갈 3:24), 인간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그러나 율법 자체로는 구원을 이룰 수 없습니다.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을 뿐이다”(로마서 3:20)는 바울의 고백처럼, 율법은 우리를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 인도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율법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율법은 여전히 하나님의 뜻을 아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준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율법을 문자적으로 따르기보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그 정신과 본질을 따르는 것이 요구됩니다. “율법의 의로운 요구가 우리 속에서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라”(로마서 8:4)는 말씀은 우리가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5:20)고 선언하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의 조항 하나하나를 지키는 데 집중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었습니다. 그들은 겉으로는 금식하고 기도하고 구제했지만(마태복음 6장), 내면은 외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외식의 신앙을 강하게 책망하시며, 내면의 경건, 즉 마음의 순결과 사랑, 겸손과 진실함을 요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중심입니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시느니라”(사무엘상 16:7)는 말씀은 신앙의 본질이 외적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마음의 태도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신앙의 행위는 단지 형식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경외심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의지하는 믿음의 의로 완성됩니다. 바울은 고백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이제 내가 사는 것은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20). 참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의를 자랑하지 않고, 오직 예수님의 의를 신뢰하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귀히 여기고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경홀히 여기지 말고, 작아 보이는 계명 하나라도 지키는 신실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에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그렇게 사람을 가르치면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마태복음 5:19)라는 말씀처럼, 말씀에 대한 태도는 천국의 평가 기준입니다.
둘째, 형식적인 신앙을 넘어서 내면의 변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37-39). 이 두 계명이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라 하셨습니다.
셋째,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율법을 온전히 지킬 수 없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내주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고, 순종하게 하십니다. 바울은 “육신을 따르지 않고 성령을 따라 행하는 자들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진다”(로마서 8:4)고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예수님은 율법을 완성하셨고, 우리는 그분 안에서 율법의 본질을 이루는 자들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율법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진리이며, 우리는 그것을 성령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살아내야 합니다. 형식적인 신앙을 넘어서 마음의 중심에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따르며,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힘입어 사는 삶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율법이 단지 규범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거룩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께서 완성하신 율법의 정신을 따라, 날마다 성령 안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