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열정(출애굽기2:11-15)

조회 수 2278 추천 수 0 2010.06.07 22:06:38

출애굽기 211-15

11 모세가 장성한 후에 한 번은 자기 형제들에게 나아가서 그들이 고역하는 것을 보더니 어떤 애굽 사람이 한 히브리 사람 곧 자기 형제를 치는 것을 보고

12 좌우를 살펴 사람이 없음을 보고 그 애굽 사람을 쳐죽여 모래 속에 감추니라

13 이튿날 다시 나가니 두 히브리 사람이 서로 싸우는지라 그 잘못한 사람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동포를 치느냐 하매

14 그가 이르되 누가 너를 우리를 다스리는 자와 재판관으로 삼았느냐 네가 애굽 사람을 죽인 것처럼 나도 죽이려느냐 모세가 두려워하여 이르되 이 일이 탄로되었도다

15 바로가 이 일을 듣고 모세를 죽이고자 하여 찾는지라 모세가 바로의 낯을 피하여 미디안 땅에 머물러 앉았더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하나님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조급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 방식대로 앞서나가려 하고, 결국은 실패와 절망을 맛보게 됩니다. 출애굽기 211-15절에 등장하는 모세의 모습은, 하나님의 뜻을 알았지만 때를 알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민족을 향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열정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인간적 충동에 가까웠습니다. 이 본문은 꺾인 열정을 통해 다듬어지는 하나님의 사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도 중단되지 않는 하나님의 사역을 보여줍니다. 모세가 장성한 후에 한 번은 자기 형제들에게 나아가서” (2:11)

 

모세는 애굽 궁전에서 자랐지만, 그는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백성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들을 구원하려는 열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정은 아직 하나님의 때와 방법 안에서 훈련된 열정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는 애굽 사람이 히브리인을 치는 것을 보고 분노에 휩싸여 애굽 사람을 쳐죽이고 모래에 묻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의 열정이 만들어낸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나의 방식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열정은 있지만 분별이 없고, 사명감은 있지만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오직 너희는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하신 것을 받기 위하여 인내가 필요하니라” (히브리서 10:36) 모세는 준비되지 않은 열정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려다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고, 도망자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리더에게 능력을 요구합니다. 강한 카리스마, 실력, 전략,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수많은 요건이 지도자의 자격으로 제시됩니다. 모세는 그 기준을 이미 다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애굽 궁에서 왕족으로 자랐고, 지혜와 훈련을 받았으며, 민족에 대한 열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세움받기까지는 이 사건 이후 40년이라는 광야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하나님은 리더에게 실력 이전에 **‘순종깨어짐’**을 요구하십니다. 모세는 자신이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아직 미숙한 자였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조차 모세를 배척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너를 우리를 다스리는 자와 재판관으로 삼았느냐?” (2:14) 이 질문은 단순한 반항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없이 스스로 지도자가 되려는 모세의 자세를 꿰뚫는 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되, 하나님의 시간과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히브리 백성은 모세가 자신들을 위해 행동한 것을 전혀 감사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음날 싸우는 히브리 사람들 사이에 개입하자, 그들은 냉정하게 반응하며 모세를 위협합니다. 애굽 사람을 죽인 것처럼 나도 죽이려느냐” (2:14) 이 반응은 인간 본성의 자기중심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의롭고 올바른 행동을 해도, 그것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면 반발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을 위한 선의라 할지라도, 자신이 간섭받는다고 느끼면 사람은 이를 거부합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질 때, 그것이 내 삶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저항합니다. 변화되기보다 회피하려 하고, 말씀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식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마음이 완악한 자는 좋은 것을 보지 못하며” (잠언 28:14 요약) 우리 안에 있는 이기적인 감정과 근시안적인 판단은 하나님의 계획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바로가 이 일을 듣고 모세를 죽이고자 하여 찾는지라” (2:15) 모세는 도망자가 됩니다. 광야로, 미디안으로 도망가 그의 인생은 가장 낮은 자리에 떨어지게 됩니다. 한때 왕궁에서 모든 것을 누리던 자가, 이제는 타국의 이름 없는 낯선 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이 실패의 시간, 도망자의 시간은 하나님의 사역이 중단된 시간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실패를 통해 우리를 겸손하게 하시고, 자기중심적인 자를 하나님 중심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십니다. 모세의 광야생활 40년은 철저한 무명의 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광야에서 모세를 부르셨고, 그때 비로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나의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 (이사야 55:8)

 

우리의 실패와 좌절도 하나님의 큰 그림 안에서는 훈련과 성숙의 과정입니다. 때로는 열정이 꺾이고, 인정받지 못하고, 오해받고, 내쳐지는 경험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역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모세는 자기 열정으로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려 했고,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 속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새롭게 빚어가셨고, 결국 모세는 이스라엘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러합니다. 열정이 꺾이고, 인정받지 못하고, 상황이 엉켜버린 것 같을지라도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통해 우리를 다듬고 계십니다. 지금의 실패가 하나님의 훈련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역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역에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오늘도 조급하지 말고, 성급하지 말고,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성숙한 열정을 품고 주의 인도를 따라 걸어가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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