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충만한 삶(9)
본문: 데살로니가전서 5장 19-20절
"성령을 소멸하지 말며 예언을 멸시하지 말고"(데살로니가전서 5:19-20).
이 짧은 두 구절은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조한 강력한 권면입니다. 짧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말씀입니다. 성령 충만한 삶을 사모하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새겨야 할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성령의 역사를 소멸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바로 분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먼저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는 말은 매우 상징적이며 강력한 표현입니다. 여기서 '소멸하다'는 말은 원어로 보면 마치 불을 끄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성령은 성경에서 자주 불의 이미지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임한 성령은 불의 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사도행전 2:3). 성령은 우리 안에서 타오르시는 하나님의 임재이며,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새롭게 하시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불을 꺼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거룩한 불꽃을 끌 수 있을까요?
바울은 에베소서 4장 30절에서도 “하나님의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성령은 인격적인 존재이시며, 우리가 범죄하거나 불순종할 때 근심하십니다. 즉, 우리의 죄악된 태도, 무관심, 그리고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지지 않는 마음이 바로 성령을 소멸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우리가 미움, 분노, 음행, 탐심과 같은 육신의 일들을 그대로 품고 살아갈 때, 성령은 우리 안에서 점점 침묵하십니다. 디모데후서 1장 6절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듯 하게”하라고 권면했습니다. 다시 말해, 성령의 불을 꺼트리지 말고 계속해서 그것을 되살리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성령을 소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첫째로, 성령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요한복음 14장 26절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 성령은 진리를 가르치시는 분이며,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알 수 있도록 돕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령의 감동과 음성을 무시하지 말고 그것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둘째로, 성령께 순종하는 것이 곧 성령을 소멸하지 않는 길입니다. 사도행전 7장 51절에서 스데반은 “너희가 항상 성령을 거스르는도다”라고 유대인들을 책망했습니다. 성령께서 감동하실 때 즉시 순종하지 않고, 이성이나 상황, 감정으로 자꾸 미루거나 회피하면 그것은 결국 성령을 거스르는 일이 되고 맙니다. 성령 충만한 삶은 한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순종으로 쌓여가는 것입니다. 작은 음성에도 ‘예’라고 반응하는 습관이, 결국 큰 일에도 성령께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합니다.
셋째로, 바울은 "예언을 멸시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성령의 사역은 다양한 은사를 통해 나타나며, 그 중 하나가 예언입니다. 예언은 하나님의 뜻을 대언하고, 교회를 세우며, 성도를 위로하고 책망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예언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은 모든 예언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라”고 말합니다(데살로니가전서 5:21).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예언 자체를 경멸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고린도전서 14장 1절에서도 바울은 “사랑을 추구하며 신령한 것을 사모하되 특별히 예언을 하려고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언의 은사는 단지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 공동체와 각 개인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분별하게 해 줍니다. 예언을 멸시하는 태도는 곧 성령의 한 통로를 닫아버리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지금 이 시대 가운데 행하고자 하시는 일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언을 사모하되, 분별하고 검증하는 태도와 함께 겸손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특히 이러한 예언의 은사가 질서 있게 사용되어야 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성경 중심의 분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성령은 혼란의 영이 아니라 질서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고린도전서 14:33).
결론적으로,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단지 한 가지 행동을 경계하라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룩한 불꽃을 지키라는 요청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전 삶의 태도를 점검하라는 초대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날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그분께서 주시는 은사와 말씀을 귀히 여기는 것이 바로 성령 충만한 삶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성령을 소멸하지 않는 삶, 예언을 멸시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단합시다. 우리가 성령의 불꽃을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음성에 기꺼이 순종할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교회를 세우시고,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실 것입니다. 성령의 불이 꺼지지 않는 교회, 꺼지지 않는 성도, 꺼지지 않는 가정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