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가기를 바라고 있었으니(롬15:22-24)
22 그러므로 또한 내가 너희에게 가려 하던 것이 여러 번 막혔더니
23 이제는 이 지방에 일할 곳이 없고 또 여러 해 전부터 언제든지 서바나로 갈 때에 너희에게 가기를 바라고 있었으니
24 이는 지나가는 길에 너희를 보고 먼저 너희와 사귐으로 얼마간 기쁨을 가진 후에 너희가 그리로 보내주기를 바람이라
복음전도자가 목표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가 주님을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정하고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은 분명히 복음전도의 효과를 더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에게도 분명히 복음전도를 위해 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전에 아시아로 가고자 했으나 드로아에서 환상을 본 이후로 마게도냐 지방으로 발길을 옮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로 그의 복음전도의 대상이 서바나, 즉 지금의 스페인 지역으로 바뀌었고, 그는 서바나로 가면서 로마에 있는 성도들을 잠시 만나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여러 번 막혔고, 아직도 그는 이 일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모습을 통해 보듯이 복음전도를 위한 모든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울이 의지가 강했고, 그가 당시에 매우 유력한 복음전도자였지만 그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복음전도자로서 그의 목표와 방향을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바울이 이일을 실행할 수 없었던 것은 단순히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가 언제나 이 일들을 위해 기도했지만 모든 것들을 성령께서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었고, 그가 가지 못했던 것은 성령께서 그 길을 막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내가 너희에게 가려 하던 것이 여러 번 막혔더니”라고 고백한 것은 어떤 외부적 환경요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령께서 그 길을 인도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바울의 행적을 봐서 더욱 옳은 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이미 마게도냐 지방의 대부분을 다니며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는 복음전도자로서 결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교회를 순회하며, 복음을 전했고, 교회가 없는 새로운 지역을 다니며 교회 세우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가 다니던 지역은 더 이상 복음을 전할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부지런히 복음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목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면서 명령한 성령이 임하시면 땅 끝까지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땅의 끝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곳이 바로 서바나, 즉 오늘날의 스페인이었습니다. 그는 그곳으로 가고자 했고,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로마에 있는 성도들과 사귐을 갖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목표는 로마에 새로운 교회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만 로마에 있는 성도들이 많은 어려움 중에도 주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소문을 듣고 있었고, 다만 그들을 위로하고, 또한 사귐을 통해서 서로에게 힘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고대하는 것은 자신이 서바나로 갈 때에 로마의 성도들이 자신을 그곳으로 파송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복음전도자가 주변에 헌신하는 자가 없이 자비량으로 사역을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들이 바울이 자비량 사역을 했다고 모든 전도자가 자비량 사역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서 아굴라 부부와 함께 잠시 동안 천막 만드는 일을 함께 한 것 말고는 자비량 사역을 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는 지금도 빌립보 교회를 비롯한 소아시아 교회들의 도움을 통해 사역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가 서바나로 가게 된다면 로마교회의 도움을 받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확실하게 기억해야 하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자가 자신의 신념을 성령에 앞서 행하려는 자세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며, 또한 목표가 있다할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이끄심을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바울이 서바나로 가서 복음을 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까지의 일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대교회 교부들의 기록을 통해 보면 바울이 서바나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바울이 오직 성령의 인도를 따라 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