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믿음의 의로(롬4:13-17)
13 아브라함이나 그 후손에게 세상의 상속자가 되리라고 하신 언약은 율법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요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것이니라
14 만일 율법에 속한 자들이 상속자이면 믿음은 헛것이 되고 약속은 파기되었느니라
15 율법은 진노를 이루게 하나니 율법이 없는 곳에는 범법도 없느니라
16 그러므로 상속자가 되는 그것이 은혜에 속하기 위하여 믿음으로 되나니 이는 그 약속을 그 모든 후손에게 굳게 하려 하심이라 율법에 속한 자에게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의 믿음에 속한 자에게도 그러하니 아브라함은 우리 모든 사람의 조상이라
17 기록된 바 내가 너를 많은 민족의 조상으로 세웠다 하심과 같으니 그가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이시니라
바울은 하나님과 아브라함은 언약의 관계에 있음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은 “에팡겔리아” 즉 서로가 조건부로 주어진 약속의 관계가 아닌 하나님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약속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 약속이 조건이 없다고는 하지만 받는 이가 그 약속에 대하여 믿고 순종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이 언약이 가치가 있게 된 것은 그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순종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율법을 주시되 그것을 지키는 것으로 구원을 허락하시는 분이 아님을 바울은 강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율법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바울은 “율법은 진노를 이루게 하나니 율법이 없는 곳에는 범법도 없느니라”(15)고 말합니다. 여기서 범법에 해당되는 단어 “파라보시스”는 율법에 해당되는 각 조목들을 위반하는 구체적인 범죄행위들을 의미합니다. 율법이 사람들에게 주어지기 전에는 범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율법이 있기 전에는 오직 양심에 근거하여 스스로 법을 만드는 방법 외에는 죄에 대하여 규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율법은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것이 죄인지에 대하여 기록함으로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율법이 없다면 죄에 대하여 알 수 있을까요?오늘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자신들만의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속성은 그 법을 무시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법이 무너지는 순간 사회는 도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서 혼란을 가져다주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균형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이 무너지게 되면 결국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법은 그 사회를 지탱하는 절대적인 힘을 갖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은 아브라함이 모든 믿는 자의 조상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이 자신들만의 조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아브라함이 결코 유대인들의 조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을 포함한 모든 믿는 자의 조상이 된다고 말함으로서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계획이 결코 유대인들에게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에 있었던 약속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두 가지의 표현은 “부활과 창조”라는 말로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태는 닫혔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아이를 잉태할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표현으로는 “죽은 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몸을 다시 잉태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드셔서 아들을 낳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가 아닙니다. 오직 아브라함의 믿음으로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믿음은 죽은 자를 살리고,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부활과 창조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이 이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습니다. 아니, 이미 죽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율법에 의해서 사망은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정해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 즉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결과로 우리는 다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자, 그들만이 구원으로 인한 부활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