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11장 10–14절
느헤미야 11장은 예루살렘의 회복을 위한 헌신자들의 명단을 기록하면서, 그 도성 안에 누구들이 거하였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오늘 본문 10절부터 14절까지는 예루살렘에 거하게 된 제사장들의 분류와 그들의 역할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단순한 인명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전 사역이 어떻게 조직적이고 영적 질서를 따라 회복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은혜로운 장면입니다.
본문에 따르면 예루살렘에 거주한 제사장들은 세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스라야’를 지도자로 한 성전 사역자들 822명이었습니다(10–12절 상). 이들은 성전 안에서 예배와 제사를 주관하며,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처소를 지키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였습니다. 성전의 회복은 곧 예배의 회복이며, 이는 회복된 이스라엘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가장 먼저 성전에서 사역할 자들을 준비시키시고 그들을 도성 중심에 세우셨습니다.
둘째는 ‘아다야’를 중심으로 한 족장들 242명입니다(12절 하–13절 상). 이들은 제사장의 혈통을 따른 지도자들이었으며, 단순한 제의적 사역뿐 아니라 행정과 공동체 질서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한 민족이 회복되려면 예배의 회복뿐만 아니라 질서와 지도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다야와 그 족장들은 바로 그러한 기능을 감당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셋째는 ‘아맛새’를 중심으로 한 용맹스러운 제사장들 128명입니다(13절 하–14절). 본문은 그들을 “용사”라고 표현하며, 이들은 단순히 성전 봉사자 이상의 역할, 즉 성전을 지키고 방어하며, 외적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들 가운데서도 용사를 세우셨다는 것은, 예배와 거룩한 삶이 단지 영적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적 전쟁 속에서 지켜내야 할 거룩한 전선임을 보여줍니다.
이 세 부류는 단지 기능적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질서 있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성전의 제사, 공동체의 행정, 성소의 수호 등 모든 부류의 제사장이 예루살렘 도성의 중심에 존재했다는 것은 곧 예배와 말씀 중심의 도시로서 예루살렘의 정체성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영적 교훈을 얻게 됩니다. 첫째, 하나님은 회복의 사역을 결코 무계획적으로 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성전 사역자, 지도자, 그리고 용사들까지 각기 다른 역할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섭리 아래 예루살렘에 자리 잡은 것은, 하나님이 그분의 백성을 세밀하게 돌보시며 가장 합당한 자리에 두시는 분임을 증거합니다. 둘째, 하나님은 준비된 자를 통해 그분의 나라를 세우신다는 진리입니다. 용사든 지도자든 제사장이든, 모두는 하나님 앞에 준비된 자로서 제비 뽑혀 그 자리에 서게 된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도성은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한 자들로 이루어집니다.
셋째,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로 결단할 때 그 모든 길은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는 약속을 확신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으로 이주하는 것을 주저했지만, 하나님께서 돌보시고 공급하시리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그 길을 선택했고, 그들은 후대에까지 이름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도전과 약속입니다. “너희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언 16:3).
하나님은 오늘도 당신의 거룩한 도성을 세우기 위해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성전 안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예배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세우며, 영적 전쟁의 전선에서 싸울 자들을 부르십니다.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자는 자격이 아니라 믿음과 순종의 결단으로 쓰임 받습니다.
예루살렘에 거한 제사장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도성을 세우는 주님의 동역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나라를 위해 지금도 우리를 부르시며 말씀하십니다.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그 부르심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하는 복된 성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