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시편 24편은 다윗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예루살렘 성으로 운반하며 부른 찬양의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단지 과거의 역사적 행렬을 기록한 노래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신학적 선언이자, 하나님의 백성 된 자가 갖추어야 할 영적 자세에 대한 깊은 권면입니다. 말씀의 시작은 여호와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을 강력하게 선포합니다.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이 고백은 곧 이 세상의 주권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며, 물질주의나 이념, 권력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영역입니다. 이 인식은 그리스도인의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시라면, 그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자는 누구입니까? 다윗은 곧 이어 묻습니다.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 이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룩한 물음입니다. 여호와의 산은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자리요, 그 거룩한 곳은 하나님과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자, 즉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사모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다윗의 절절한 고백이 이 질문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분 앞에 설 자는 누구입니까? 시편 기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 이 네 가지 조건은 단지 외적인 도덕 기준을 넘어,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사람, 회개한 사람, 말씀을 따르려는 내면의 성결을 말합니다. 손이 깨끗하다는 것은 행위가 의롭다는 것이며, 마음이 청결하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숨김이 없는 정직한 신앙을 말합니다. 허탄한 뜻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의 헛된 유혹에 끌려가지 않으며, 거짓으로 맹세하지 않는다는 것은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진실함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자가 하나님 앞에 서며, 복을 받고, 구원의 하나님께 의를 얻는다고 다윗은 말합니다. 결국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자는 하나님을 찾는 자들이며, “야곱의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족속”이라 불리는 자들입니다. 야곱은 복을 얻기 위해 천사와 씨름하며 밤새도록 하나님의 얼굴을 구했던 자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의 삶이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간절한 갈망과 인격적 교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 신앙생활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단지 예배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나님의 얼굴을 찾고 있는가?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동행하며,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것이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자의 삶입니다.
그리고 이제 시편 24편은 영광의 장면으로 나아갑니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이 외침은 단순히 성전문을 여는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환영하는 영적 선언입니다.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시편은 다시 묻고 곧바로 대답합니다. “강하고 능한 여호와시요, 전쟁에 능한 여호와시로다.” 그리고 한 번 더 반복하며 강조합니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이는 이중 강조이며, 하나님의 왕 되심을 온 세상 앞에 선포하는 장엄한 예배입니다. 이 영광의 왕이 바로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인간의 역사는 권력과 힘의 역사였지만, 다윗은 그 모든 싸움 가운데 진정한 승리는 전쟁에 능하신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합니다.
그렇다면 이 찬양은 단지 다윗의 시대에만 해당되는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심령의 문을 두드리시는 분이 바로 이 영광의 왕이십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 살아갑니까? 세상의 바쁨, 인간관계의 상처, 죄책감, 두려움, 교만… 수많은 이유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말씀은 분명하게 외칩니다.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이제는 열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 가정의 문, 교회의 문, 사회의 문,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하나님을 맞이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왕으로 들어오실 때, 그분은 심판주로만 오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선하시며 인자하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정죄하러 오시는 것이 아니라, 회복시키러 오십니다. 그분은 영광의 왕이시지만, 동시에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맞이하는 자는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과 확신으로 문을 엽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억압이 아닌 자유이며, 그분의 다스림은 생명을 살리는 능력입니다.
시편 24편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신앙의 핵심을 보여주는 고백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주이시며, 이 세상의 주권자이십니다. 그리고 그분 앞에 설 자는 거룩함을 사모하고, 마음을 청결하게 하며, 하나님의 얼굴을 간절히 구하는 자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심령의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분은 영광의 왕으로서, 우리 삶 속에 들어오시길 원하십니다. 이제 우리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그분을 영접하며, 하나님을 경배하고, 영광을 돌리는 삶으로 나아갑시다. 그러할 때 우리의 인생은 참된 평강과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삶으로 응답하는 복된 주님의 백성 되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