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22편
1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멀리 계셔서 내 도움을 얻지 못하게 하시나이까
2 하나님이여 내가 부르짖으나 아침에 응답하지 아니하시며 밤새도록 잠잠하지 아니하시나이다
3 그러나 주는 거룩하시니이다 주의 어린 양 이스라엘이 주의 증거로 말미암아 자랑하리이다
4 우리 열조가 주를 의뢰하였고 주께서 건지셨거늘
5 주께서 그들에게 부르짖었사오며 그들을 건지시며
6 내가 벌레요 사람이 아니요 사람들의 조롱이오 사람들의 창의 대상이니이다
7 모든 나를 보는 자가 나를 비웃으며 입술을 비죽이며 머리를 흔들며
8 그는 여호와를 의뢰하니 그가 그를 건지실지어다 그가 즐겨하시는 이를 그를 기뻐하시리로다 하고
9 주는 나를 모태에서 내게 숨을 쉬게 하시고 나를 어머니의 젖에서 떠나게 하셨나이다
10 내가 태에서 나왔을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11 나를 멀리 하지 마시며 환난이 가까이 있으매 나를 도우소서
…22 나는 주의 백성에게 주의 이름을 전하며 주 중에 모인 자 중에서 주를 찬양하리이다 …
27 땅의 모든 끝이 주께로 돌아오며 만민의 모든 족속이 주 앞에 경배하리니 …
31 후대가 주를 섬기리니 후일날 태어날 자가 주에 대하여 전하리이다
시편 22편은 다윗의 고백으로 알려졌지만, 신약 성경에서는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과 부활을 예표하는 말씀으로 인용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고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시편은 먼저 “하나님이여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시작하며, 처절한 절규로 열립니다. 다윗은 자신이 절망과 고통의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느끼며, 하나님이 떠나신 것처럼 외롭고 버림받은 심정을 토로합니다. 이 탄식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신 말씀과 겹쳐지며, 인생의 막막한 절망 중에도 하나님께 나오는 부르짖음이 신앙의 깊은 기초임을 가르쳐줍니다.
2절의 “기도해도 응답하지 않으신다”는 고백은 우리 신앙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시면, 우리도 같은 자리에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이 거룩하시며, 아버지임을 고백합니다. 이는 인간의 경험에 근거한 고통이자, 일면 하나님의 본질에 대한 신앙의 확신입니다.
이후, 6절부터 8절에 걸쳐 자신이 온전한 인간이 아님을 고백하고, 사람들 앞에서조차 조롱받는 존재임을 밝힙니다. 그러나 9절부터는 하나님이 모태에서부터 내 삶의 주권자 되셨음을 고백하며 다시 한번 연약한 신앙 속에서도 하나님을 부르는 믿음의 고리를 이어갑니다.
중간 부분—특히 16-18절—에서는 오늘날까지도 뼈아픈 묘사가 이어집니다. 신음하는 자의 갈증, 창으로 찔린 예수님의 옷, 뼈가 드러난 고난 등은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 또 생명의 길을 여시기 위해 고난의 십자가를 지신 모습을 예표합니다. 참으로 고통의 깊이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현실적 애통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시는 다시 전환되어 하나님께서 고난 중에도 최후에는 구원하시고, 세상 앞에서 주의 이름이 높여짐을 선포합니다. 22절 이후부터 마지막 31절까지는 회복과 찬양, 그리고 열방의 회복을 향한 선포로 이어집니다. “나는 주의 백성에게 주의 이름을 전하며… 모든 족속이 주 앞에 경배하리니… 후일날 태어날 자가 주에 대하여 전하리이다.” 고난의 의미는 하나님이 높임 받으실 때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시편 22편은 우리의 한탄, 고통, 외로움이 실은 회복과 부활, 찬양의 서곡임을 보여줍니다. 내가 버려진 것 같을 때, 하나님은 이미 나를 기억하시며, 나의 고통을 통해 세상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높이시기 위함이라는 놀라운 신비를 드러내십니다.
이 시편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하나는 절망하며 그대로 머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의 마지막처럼 회복을 향해 부르짖으며 찬양의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들은 우리의 마음이 회복의 자리로, 찬양의 자리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