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8장 1-4절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들의 성읍에 거주하였더니 일곱째 달에 이르러 모든 백성이 일제히 수문 앞 광장에 모여 학사 에스라에게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신 모세의 율법책을 가져오기를 청하매…” (느 8:1)
느헤미야 8장은 유다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벽 재건을 마친 후, 진정한 회복을 시작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외형적인 성벽은 완성되었지만, 백성들의 영적 재건이 이제 시작되려는 시점입니다. 이 본문은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말씀 앞에 서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새롭게 헌신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백성들이 수문 앞 광장에 일제히 모인 때는 이스라엘 종교력으로 7월입니다. 이는 태양력으로는 9~10월에 해당하며, 이 시기는 초막절이 포함된 중요한 절기입니다(레 23:24). 이때 백성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졌던 삶을 뒤로하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절기 참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다시 나아가려는 신앙적 갈망의 표현이었습니다. 성벽 재건을 통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한 백성들은 이전보다 더 신앙심이 깊어졌고, 이제는 말씀을 통해 그 은혜에 응답하려고 모인 것입니다.
백성들은 학사이자 제사장인 에스라에게 모세의 율법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자발적으로 요청합니다(1절). 이는 놀라운 신앙의 회복이며, 하나님의 백성이 자원하여 말씀을 듣고자 하는 영적 각성의 장면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자는 더 깊은 말씀에 대한 사모함을 갖게 됩니다. 시편 119편 103절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에스라는 본문에서 학사이자 제사장으로 소개됩니다(1-2절). 그는 아론의 후손으로서 모세의 율법에 능통한 학자였고, 바사 왕 아닥사스다의 허락으로 예루살렘에 돌아온 자였습니다(스 7:6-10). 그는 이방 문화에 물들어 가던 유다 백성들에게 회개의 운동을 일으키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순결을 회복하게 했습니다(참조, 스 9-10장). 그러나 느헤미야서에서는 그리 부각되지 않았던 그는, 이 장에서 영적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영향력을 회복하며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든 그렇지 않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데에 충성된 자이면 됩니다(고후 6:9).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백성들의 태도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율법을 알아들을 만한 자는 모두 새벽부터 모였습니다(2-3절). 그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고, 마음을 다해 하나님의 뜻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니라, 전심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배자의 모습입니다. 사도행전 10장 33절에서 고넬료는 “우리가 다 하나님 앞에 있사오니 주께서 당신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듣고자 하여 왔나이다”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도 이런 자세로 말씀 앞에 서야 할 것입니다.
에스라는 말씀을 읽기 위해 특별히 만든 나무 강단 위에 섰고, 그 옆에는 열세 명의 지도자들이 함께 섰습니다(4절). 맛디야, 스마, 아나야, 우리야, 힐기야, 마아세야, 브다야, 미사엘, 말기야, 하숌, 하스바드나, 스가랴, 므술람 등입니다. 이들은 말씀 앞에 선 지도자들이며,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본을 보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영적 지도자들의 동참과 헌신이 있었기에, 백성들의 신앙 회복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혼란과 어둠이 가득한 시대일수록,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 바르게 가르치고 해석할 수 있는 참된 영적 지도자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세에 많은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날 것을 경고하시며 “미혹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셨습니다(마 24:4). 참된 부흥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정직하게 설 때 일어납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8장 1-4절은 성벽 재건 이후 하나님의 백성이 말씀 앞에 서서 공동체의 영적 회복을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지도자들의 동참, 전 백성이 함께 모여 듣는 모습은 하나님의 부흥이 시작되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도 이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더욱 말씀을 사모하며, 하나님 앞에 전심으로 서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