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7장 1-4절
“성벽이 건축됨에 문짝을 달고 문지기와 노래하는 자들과 레위 사람들을 세운 후에, 내 아우 하나니와 영문의 관원 하나냐가 함께 예루살렘을 다스리게 하였는데 하나냐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요 하나님을 경외함이 무리 중에서 뛰어난 자라.” (느 7:1-2)
느헤미야 7장은 성벽 재건 공사가 마침내 완료된 후, 느헤미야가 보여준 다음 단계의 지도와 공동체 회복을 다룹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의 완성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삶과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본장은 성벽 공사가 끝난 시점, 즉 외적인 기반이 마련된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을 안전하고 거룩한 성으로 만들기 위해 경비 체계와 공동체 질서를 새롭게 세워나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벽이라는 외형적인 틀이 세워졌다고 해서 하나님의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느헤미야는 그 다음으로 더 중요한 사명을 인식합니다. 그것은 이 도성에 하나님의 질서와 백성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나 성도의 삶에서 외형적인 성취—건물, 조직, 수적 성장—에만 안주하고 멈춰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회복과 번영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의 내용에서 나와야 합니다(고전 4:2; 딤전 3:11).
느헤미야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하나니와 하나냐를 세워 예루살렘을 다스리게 합니다(2절). 하나니는 그의 친동생이며, 하나냐는 “하나님을 경외함이 무리 중에서 뛰어난 자”였습니다. 느헤미야는 단지 행정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 즉 믿음과 경건으로 무장된 인물을 세웠습니다. 이는 영적 공동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인격과 신앙의 깊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느헤미야는 성문을 여닫는 시간까지 세밀하게 관리하도록 지시합니다(3절). 이는 예루살렘을 향한 외부의 위협에 대비함과 동시에,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러한 방비는 예루살렘의 상징적 중요성—하나님의 도성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왕상 11:36; 렘 13:17; 33:10-16). 성도 역시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는 영적 경계와 분별의 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당시 예루살렘 성이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사는 백성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4절). 많은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기에서 귀환하였지만, 그들의 관심은 하나님의 도성인 예루살렘보다는 자신의 생활과 안정, 행복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학개 1장 4-5절은 이들의 태도를 책망하며 말합니다. “이 성전이 황폐하였거늘 너희가 각각 자기의 판벽한 집에 거주하는 것이 옳으냐?”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영광보다 자신의 안락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도성, 하나님의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예루살렘은 상징적으로 하나님의 임재와 다스림의 중심입니다. 이곳이 회복되지 못하면 하나님의 영광도 온전히 나타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교회와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도성인 교회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세상의 가치와 안락에만 몰두할 때, 교회는 이방인에게 수치거리로 전락하게 됩니다(느 2:17). 그러므로 우리는 예루살렘이 하나님의 도성으로 회복되듯이, 우리의 삶의 목적도 하나님의 영광에 두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은 분명히 말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마태복음 6장 33절에서 예수님도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삼을 때,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친히 채워주시며 우리 공동체를 강하게 세우십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7장 1-4절은 하나님의 사역이 단지 외형적인 건축물이나 조직의 완성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하나님의 백성의 삶과 신앙의 질서가 세워져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외형이 아닌 내면의 경건과 공동체의 거룩함을 세우는 일에 헌신해야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우리의 삶을 경영하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그 자리에서 깨어 기도하며, 충성스럽게 하나님 나라를 지켜가는 성도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