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515

그 때에 백성들이 그들의 아내와 함께 크게 부르짖어 그들의 형제 유다 사람들을 원망하는데” (느헤미야 5:1)

 

예루살렘 성벽 중수의 외적인 위협은 대적들의 방해였지만, 내부적으로 더 깊은 고통은 공동체 내부의 사회적 불의와 경제적 고통이었습니다. 느헤미야 51절부터 5절까지는 성벽을 재건하던 유다 백성들이 겪었던 현실적인 고통과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울부짖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첫째로, 당시 가난한 백성들은 그들의 아내들까지 함께 나와 크게 부르짖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항의나 불만의 표현이 아니라, 삶 전체를 뒤흔드는 고통과 절박함이 표출된 장면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들의 형제 유다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1). 문제는 단지 외부의 착취가 아니라, 같은 공동체 안에 있는 형제들, 즉 같은 민족, 같은 언약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느헤미야는 이를 단순한 경제적 불균형이나 구조적 문제로 보지 않고, 언약 공동체의 파괴라는 심각한 시각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부르짖음은 세 가지 부류의 상황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24).

 

첫째 부류는 전혀 재산이 없는 빈민층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와 우리 자녀가 많으니 양식을 얻어 먹고 살아야 하겠다고 외칩니다(2). 자녀들은 많고, 일은 끊겼으며, 하루하루 생존이 급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둘째 부류는 땅이나 포도원과 같은 재산은 있었으나 생계를 위해 그것들을 저당잡혔던 사람들입니다. 우리 밭과 포도원과 집을 전당 잡히고 이 흉년에 양식을 얻자 하며”(3)라고 말하는 이들은 기근이라는 현실 앞에, 가지고 있던 것마저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사람들입니다.

 

셋째 부류는 바사 왕에게 부과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세금 부담으로 인해 우리 밭과 포도원을 저당 잡히고 왕에게 세금을 바쳤다”(4)고 호소합니다. 이자 부담과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이들은 재산을 모두 잃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 처지였습니다.

 

이 모든 부류의 사람들은 결국 5절에서 절정의 고통을 토로합니다. 이제 우리 육체도 우리 형제의 육체와 같고 우리 자녀도 그들의 자녀와 같거늘 이제 우리 자녀를 종으로 파는도다라고 외칩니다. 생계를 위해 딸을 종으로 팔아야 했고, 이미 팔린 자녀들도 있으며, 빚을 갚지 못해 포도원과 밭은 남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비극은 단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주신 언약의 질서가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레위기 25장에서는 하나님의 백성들끼리는 서로에게 이자를 받지 말며, 가난한 형제를 종으로 삼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유다 사회는 그러한 말씀을 무시하고 형제에게 고리로 빌려주며, 착취하고, 심지어 자녀를 종으로 삼는 불의가 만연하였습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가난한 자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잠언 21:13)는 말씀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시는지를 배웁니다. 느헤미야는 총독으로서 이 고통의 소리에 즉각 반응하였고, 불의한 고리대금 행위와 착취를 철저히 책망하고 개혁을 단행하게 됩니다(5장 후반 참조).

 

오늘날에도 우리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형제됨을 인식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히브리서 31절은 하늘의 부르심을 함께 받은 거룩한 형제들아라고 말씀합니다. 신자들은 단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함께 부르심을 받은 영적 가족이며,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우리는 귀를 닫아서는 안 됩니다. 그 부르짖음을 듣고, 그 고통을 나누며,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우리 가운데 흐르게 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의 불의와 다르게 살아야 하며, 특별히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실천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시대의 백성들이 표현한 고통은 단지 배고픔의 외침이 아니라, 언약 공동체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드러내는 절규였습니다. 그리고 이 절규에 대해 느헤미야는 신앙적 지도자로서 응답하였고,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도, 교회와 성도는 이와 같은 정의와 사랑의 길을 걸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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