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경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인생들아 어느 때까지 나의 영광을 변하여 욕되게 하며 헛된 일을 좋아하고 거짓을 구하려는가 셀라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경건한 자를 택하신 줄 너희가 알지어다 내가 그를 부를 때에 여호와께서 들으시리로다 너희는 떨며 죄를 짓지 말지어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셀라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지할지어다 여러 사람의 말이 우리에게 선을 보일 자 누구뇨 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소서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시편 4:1–8)
이 시는 다윗이 밤에 드린 기도라고 알려져 있으며, 낮 동안 겪은 고난과 외침의 시간 끝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 신뢰를 고백하고 평안을 얻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하루를 마감하며 드리는 저녁 기도와도 같은 이 시편은, 혼란과 어둠 속에서도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믿음의 비밀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경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다윗은 하나님을 “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기도를 시작합니다. 이는 단지 의로운 분이라는 칭송에 그치지 않고, 억울한 자의 억울함을 바로잡으시고, 정의를 행하시는 분으로서의 하나님을 호소하는 표현입니다. 다윗은 지금 곤경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과거에 자신에게 은혜를 베푸셨던 사실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그 은혜를 구합니다.
기도의 출발점은 언제나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인식입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기도하느냐,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는 것이 신앙의 기초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의로우시며, 자신을 위해 역사하셨던 분이심을 확신하며, 다시 그분께 간구합니다. “곤경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라는 고백은, 마치 좁은 길을 넓게 열어주신 하나님에 대한 기억입니다. 우리도 인생의 좁고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 때마다, 과거에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며 다시 기도해야 합니다.
2절 말씀에서 다윗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인생들아 어느 때까지 나의 영광을 변하여 욕되게 하며 헛된 일을 좋아하고 거짓을 구하려는가 셀라.” 여기서 ‘인생들아’라는 표현은 권세자들, 혹은 고귀한 자들을 의미하며, 그들이 하나님이 세우신 다윗을 조롱하고 비방하고 있었던 상황을 말합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은 자로서의 자신의 영광, 곧 하나님의 부르심이 사람들의 거짓과 모함으로 인해 욕되게 된 현실을 탄식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3절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자기를 위하여 경건한 자를 택하신 줄 너희가 알지어다 내가 그를 부를 때에 여호와께서 들으시리로다.” 여기서 말하는 ‘경건한 자’는 단지 윤리적으로 착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안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부르신 자는 결국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는 확신입니다. 다윗은 그 믿음 위에 서 있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의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구절은 매우 실제적이며 영적인 교훈을 줍니다. “너희는 떨며 죄를 짓지 말지어다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 셀라.” 이는 단지 외적인 행동을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돌아보며 죄에서 멀어지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때로 말과 행동으로 죄를 짓기도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는 죄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라”고 권면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한 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그리고 5절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의의 제사를 드리고 여호와를 의지할지어다.” 외적인 제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의의 제사’는 정직한 마음, 회개의 고백, 그리고 진실한 신뢰를 담은 삶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는 찢어진 마음, 통회하는 심령이라고 시편 51편에서 말합니다. 이처럼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예배와 신뢰의 태도를 강조하며, 삶 전체를 하나님께 의탁하고 있습니다.
6절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 사람의 말이 우리에게 선을 보일 자 누구뇨 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소서.” 이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신을 반영하는 말입니다. 그들은 세상적인 풍요와 안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묻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누가 우리에게 복을 줄 수 있는가? 누가 우리에게 좋은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가?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여호와여 주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소서”라고 기도합니다. 다윗이 구한 복은 세상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얼굴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얼굴이 비춰질 때, 우리는 참된 선과 평안을 얻게 됩니다.
7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 이는 다윗이 외적인 조건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와 교제 속에서 더 깊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세상의 풍요는 일시적이지만, 하나님의 기쁨은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영원한 기쁨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어떤 기쁨을 추구하고 있습니까? 외적인 성공과 소유에서 기쁨을 찾으려 하십니까? 아니면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주시는 기쁨을 누리고 계십니까?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 이것이 시편 4편의 결론입니다. 다윗은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 맡기고 평안히 눕습니다. 고난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하나님의 보호와 주권을 신뢰하기에 그는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평안입니다. 문제의 부재가 아닌,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신다는 신뢰 속에서 누리는 평안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다양한 염려와 걱정 속에 살아갑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인간관계의 아픔, 건강의 문제, 자녀의 장래 등 수많은 염려가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그러나 시편 4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라. 의의 제사를 드려라. 마음에 기쁨을 받으라. 그리고 평안히 눕고 자라.”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며, 고난 중에서도 우리에게 평안과 기쁨을 주시길 원하십니다. 오늘도 다윗처럼 주님 앞에 나아가 우리 마음을 드리며, 평안히 눕는 신앙의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안전하게 되는 길은, 여호와를 의지하고 그분의 얼굴을 구하는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