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이러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셀라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이시니이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셀라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셀라” (시편 3편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

 

본문을 통해 다윗의 고난과 그의 믿음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 시는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해 예루살렘을 떠나 도망하던 때, 매우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지은 기도이며, 동시에 믿음의 고백입니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반역한 상황, 신하와 백성들이 그를 배반하고 등을 돌린 그날 밤, 다윗은 울며 피난길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그는 하나님을 향해 노래했고, 하나님께 부르짖었으며, 결국 그 깊은 절망의 자리에서 소망을 노래하였습니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다윗은 현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대적들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하나님께 자신의 처지를 아뢰고 있습니다. 그의 대적들은 단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 신하들, 백성들, 가까운 자들이었습니다. 신뢰했던 자들이 배반하고, 의지했던 이들이 등을 돌렸을 때, 다윗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절망은 단순한 인간 관계의 배신에서 오는 고통을 넘어, 하나님이 과연 자신을 여전히 붙들고 계신가에 대한 영적 갈등과 의심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입니까? 다윗의 고난이 깊어진 이유는 단지 상황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너를 돕지 않으신다’, ‘너는 버림받았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고난 중에 있을 때, 사람들의 말은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게 합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떠나신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말들, 그것이 다윗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서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주는 나의 방패시요 나의 영광이시요 나의 머리를 드시는 이시니이다.” 이 고백은 역전의 시작입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하나님이 널 버리셨다고 했지만, 다윗은 하나님이 여전히 나의 방패”, “나의 영광”, “나의 머리를 드시는 이라고 선포했습니다. 우리가 삶의 전투 가운데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의 방패가 되시기 때문입니다. 방패는 앞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주는 보호막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을 직접 지키시고 막아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나의 영광이 되십니다. 세상의 영광이 사라져도, 사람들의 인정이 사라져도, 하나님이 우리를 인정하시고 품으시는 것이 참된 영광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나의 머리를 드시는 이라고 고백합니다. 고난과 실패 속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우리를 향해, 하나님께서는 다시 머리를 들게 하십니다. 낙심한 심령, 절망에 빠진 영혼을 붙들어 일으키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다윗은 말합니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이는 다윗이 지금 예루살렘을 떠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그의 기도를 들으시며, 응답하신다는 신뢰의 표현입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하나님의 응답을 막을 수 없습니다. 장소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든지 하나님은 주의 자녀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이는 깊은 신뢰의 고백입니다. 대적이 수없이 많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다윗은 누워서 잠을 잤고, 아침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피곤해서 잠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평안을 누렸다는 뜻입니다. 잠은 가장 연약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를 지키십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하나님은 깨어 계시며, 우리를 붙드시고 새 힘을 주십니다. 그래서 그는 고백합니다. 천만인이 나를 에워싸 진 친다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대적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윗은 기도의 방향을 돌려 하나님께 직접 구합니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다윗은 자신의 상황에 눌려있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간구합니다.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을 선포하는 표현입니다. 뺨을 친다는 것은 모욕을 갚아주시는 것을 뜻하고, 이를 꺾는다는 것은 그들의 힘과 능력을 제거하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악인의 권세를 꺾으시고, 의인을 높이실 것을 믿는 확신이 담겨 있는 고백입니다.

 

마지막 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다윗은 개인의 위기 가운데서도 공동체를 잊지 않습니다. 자신을 위한 구원을 넘어서, 하나님의 백성 모두에게 복이 임하기를 구합니다. 이 고백은 진정한 왕의 마음이며, 하나님의 백성의 마음입니다. 나만을 위한 구원이 아니라, 교회와 민족, 열방을 위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신실한 믿음의 모습입니다.

 

시편 3편은 다윗의 고난의 순간에서 나온 고백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메시지를 줍니다. 고난의 순간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사람도, 환경도 아닌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의 방패 되시는 하나님, 우리의 영광 되시는 하나님, 우리의 머리를 드시는 하나님께 나아갈 때, 우리는 두려움 대신 평안을, 절망 대신 소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고난의 밤을 지나고 계십니까? 사람들의 말로 인해 상처받으셨습니까? 하나님이 멀게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다윗처럼 하나님 앞에 울부짖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성산에서 응답하실 것입니다. 누워서도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뜰 때, 여전히 우리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분의 구원은 살아있습니다. 구원은 여호와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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