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통치와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자, 곧 그리스도의 주권적 통치에 대해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시편 2편은 시편 전체 구조 속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1편이 개인의 경건한 삶에 대한 복 있는 사람의 길을 보여주었다면, 2편은 세상의 열방과 권력들 속에서 하나님의 왕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 곧 메시야를 통해 이루어질 영원한 통치를 노래하며, 인간 역사의 중심에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이 놓여 있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시편은 시작됩니다. 세상의 나라들과 통치자들이 하나님을 대적하여 모의하며 분노에 차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인간은 하나님께 순복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자유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연합하고 음모를 꾸밉니다. 이것은 단지 옛 시대의 정치적 반역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주권을 무시하고, 교회를 핍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제거하려고 애씁니다.
시편 기자는 그들이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여 서며”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는 히브리어로 '메시야'이며, 헬라어로는 '그리스도'입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시고 기름 부으신 왕, 곧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세상의 권세자들은 그분의 통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우리가 그들의 맨 것을 끊고 그의 결박을 벗어 버리자”라고 외칩니다. 이는 하나님의 뜻이 자신들의 삶을 제한하고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이들을 보시고 웃으신다고 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모의와 반역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신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강대하고 조직적으로 반역을 꾀한다 해도, 하나님의 계획을 무너뜨릴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의 왕들과 권세자들의 연합도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는 허망하고 헛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왕권은 그 어떤 권력보다도 높고, 영원하며 흔들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의 왕을 내 거룩한 산 시온에 세웠다 하시리로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통치를 실현하실 왕을 세우셨다는 선언입니다. 시온은 단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지리적 개념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실현되는 곳, 곧 영적 중심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하나님이 친히 세우신 왕, 곧 예수 그리스도가 좌정하셨다는 선언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에서 그 왕은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전하노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단순히 다윗 왕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예언적 선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아들로 삼으시고, 그분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실 것이라는 위대한 메시지입니다. 신약성경 히브리서 1장 5절과 사도행전 13장 33절에서도 이 시편 2편의 구절을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께 이 말씀이 성취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아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가 단지 이스라엘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온 세상, 모든 민족과 열방 위에 이르게 될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리며 질그릇 같이 부수리라”고 하십니다. 이는 그분의 통치가 결코 유약하거나 타협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권세와 심판을 포함한 강력한 통치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이제 시인은 모든 왕들과 권세자들에게 권면합니다. “그런즉 왕들아 너희는 지혜를 얻으며 세상의 통치자들아 교훈을 받을지어다.”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자 앞에 굴복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이며, 하나님의 통치에 복종하는 것이 생명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교만하게 자신들의 권세를 지키려는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며 섬기는 자들이 복을 얻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섬기고 떨며 즐거워할지어다 그의 아들에게 입 맞추라 그렇지 아니하면 진노하심으로 너희가 길에서 망하리니 그의 진노가 급하심이라 여호와를 의지하는 모든 사람은 다 복이 있도다.” 여기서 '입 맞춘다'는 것은 복종과 충성의 상징입니다. 고대에는 왕에게 입을 맞추는 행위가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였으며,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에게 입 맞추는 자, 즉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에 복종하고 믿는 자에게 복을 주신다고 하십니다.
시편 2편은 단순히 역사적 왕정 시대의 시를 넘어,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통치 선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여전히 하나님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통치를 무시하며, 자기 권위와 자유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흐름을 따르지 말고,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자, 곧 예수 그리스도를 경외하며 그 앞에 무릎 꿇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세상의 권세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결박을 끊고자 할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아들에게 입 맞추며 복종하고 그 안에서 복을 누릴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은 비록 세상으로부터는 조롱받을 수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참된 복과 생명을 얻는 길입니다.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그분의 통치 아래서 충성된 종으로 살아가며,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여호와를 의지하는 모든 사람은 다 복이 있도다”라는 말씀의 성취를 우리의 삶 속에서 누리는 복된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