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10장 12-15절
“이에 모든 회중이 큰 소리로 대답하여 이르되 당신의 말씀대로 우리가 마땅히 행할 것이니이다. 그러나 백성이 많고 또 큰 비가 내리는 때니 능히 밖에 서 있을 수 없고 우리가 이 일로 크게 범죄하였은즉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오니, 이제 온 회중을 위하여 우리의 방백들을 세우고 우리 모든 성읍에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자는 모두 귀하의 지정하신 때에 오게 하여 각 성읍의 장로와 재판장과 함께 하여 이 일로 우리 하나님의 진노를 돌이키게 하소서. 오직 아사헬의 아들 요나단과 디그와의 아들 야스야가 일어나 그 일을 반대하고 므술람과 레위 사람 삽브대가 그들을 돕더라.” (에스라 10:12-15)
본문은 에스라가 백성 앞에서 이방 여인과의 통혼이라는 죄악을 지적하고 회개와 결단을 촉구한 이후, 이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본문은 회개와 개혁이라는 주제에 있어 공동체가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먼저, 에스라의 권고에 대해 모인 회중은 한 목소리로 “당신의 말씀대로 우리가 마땅히 행할 것입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12절). 이 반응은 단지 형식적인 동의가 아니라, 백성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고, 그것을 인정하며, 지도자의 권고에 진심으로 따르겠다는 고백이었습니다. 회개는 언제나 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영적인 민감함의 증거이며,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수 있는 준비된 마음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함께 언급합니다.
“백성이 많고 또 큰 비가 내리는 때니 능히 밖에 서 있을 수 없고…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오니…” (13절)
당시 9월 말은 유대력으로는 겨울 우기에 해당하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수많은 백성이 성전 앞에 모여 있었고, 날씨로 인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었으며, 죄악의 범위가 매우 넓고 깊었기에 하루 이틀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은 단지 감정적인 열정이 아닌,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방백들을 세우고, 각 성읍의 장로들과 재판장들이 이 일을 정리하고 판단하자고 제안합니다(14절). 이 제안은 매우 실질적이고 지혜로운 것이었습니다. 각 성읍에 이방 여인을 아내로 맞은 자들을 조사하고,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그들에게 회개의 길을 권고하고 행정적으로 정리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침이나 감정적 회개가 아닌, 실제적인 개혁을 실행에 옮기려는 성숙한 자세입니다.
이렇게 백성들의 회개는 단지 입술의 고백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회개는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돌이키고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삶의 구조와 방향을 돌이키는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가 회개할 때, 단지 눈물만 흘릴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체적인 변화의 실천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진실한 결단과 계획 속에서도 반대하는 자들이 있었음을 성경은 솔직히 기록합니다(15절). 아사헬의 아들 요나단과 디그와의 아들 야스야가 일어나 개혁을 반대하였고, 므술람과 레위 사람 삽브대가 그들을 도왔습니다. 이는 회개와 개혁의 길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는 결정에도 불편함을 느끼고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당시 이스라엘 공동체의 부패가 얼마나 뿌리 깊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와 성도들이 진정한 개혁과 말씀으로의 회복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때, 내부의 저항이나 외부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개의 은혜보다 더 큰 목적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불편한 결단도 필요하며,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책임지는 신앙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하나님의 진노가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에스라 10:14)
이 고백이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죄악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감추거나 정당화하지 않고, 말씀에 따라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 안에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회개의 길에 현실적인 지혜와 공동체적인 협력이 함께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회개를 받으시고 새롭게 하실 줄 믿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라, 말씀 위에서 개혁을 이루어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