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9장 5-7절
“저녁 제사를 드릴 때에 내가 근심 중에 일어나서 속옷과 겉옷을 찢은 채로 무릎을 꿇고 나의 하나님 여호와를 향하여 손을 들고 말하기를,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이는 우리의 죄악이 우리 머리 위에 넘치고 우리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쳤나이다. 우리 조상들의 때로부터 오늘까지 우리의 죄가 심하매, 우리가 우리 죄악으로 말미암아 우리와 우리 왕들과 우리 제사장들을 여러 나라 왕들의 손에 넘기사 칼에 죽으며 사로잡히며 노략을 당하며 얼굴을 부끄럽게 하신 것이 오늘과 같으니이다.” (에스라 9:5-7)
오늘 본문은 에스라가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가, 저녁 제사의 시간이 되어 드린 참회와 회개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단순한 형식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죄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하나님의 은혜를 향한 갈망이 담긴 눈물의 호소였습니다.
앞서 에스라는 이스라엘 백성의 통혼이라는 심각한 범죄 소식을 듣고 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저녁 제사의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근심 가운데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합니다(5절). 이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비록 죄로 인해 상처 입고 낙심되었을지라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무릎 꿇는 자는 언제나 회복의 시작점에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스라의 기도는 그 자신과 백성의 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이는 우리의 죄악이 우리 머리 위에 넘치고 우리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쳤나이다.”(6절) 이는 참된 회개의 고백이며, 죄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영적 감수성의 표현입니다. 그는 자신도 그 죄 가운데 있는 자로 여겼고, 단지 남의 죄를 고발하는 자세가 아니라 공동체의 죄를 함께 짊어지는 중보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에스라는 죄의 결과에 대해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때로부터 오늘까지 우리의 죄가 심하매… 여러 나라 왕들의 손에 넘기사 칼에 죽으며 사로잡히며 노략을 당하며…”(7절). 그는 이스라엘의 멸망이 단순히 정치적, 군사적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을 어긴 영적 배반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언약의 하나님께 불순종한 결과가 고통과 수치로 나타났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죄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죄를 부인하거나 감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 자백하고 엎드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겸손히 자신을 낮추는 자, 죄를 고백하며 은혜를 구하는 자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요한일서 1장 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에스라의 기도는 그 시대의 회복을 여는 문이 되었습니다. 그가 무릎 꿇었기에 백성이 하나님 앞에 다시 서게 되었고, 그가 진실하게 죄를 인정했기에 은혜의 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죄를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죄로부터 멀어지려 할수록 더 얽매이게 되고, 오히려 죄를 인정할수록 자유함과 회복이 시작됩니다.
오늘 우리 교회와 가정,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인 삶에도 이러한 에스라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더러움 속에서 때로 타협하며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을 향한 거룩한 갈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죄로 인해 슬퍼할 줄 알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에스라처럼 죄 앞에서 머리 숙이고 무릎 꿇는 자가 됩시다. 우리의 죄를 감추지 말고, 낯이 뜨거울 만큼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회개합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고 다시금 용서와 회복을 구하며 살아갑시다. 죄인된 자를 위해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새롭게 하실 줄 믿습니다.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에스라 9:6)
이 말씀이 오늘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된 회개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