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824-30

그 때에 내가 제사장들 중 열두 명 곧 세레뱌와 하사뱌와 그들과 함께 있는 그들의 형제 열 명을 따로 세우고 그들에게 은과 금과 그릇 곧 왕과 그의 모사들과 방백들과 또 그곳에 있는 온 이스라엘이 우리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드린 예물을 달아서 주었으니 내가 그들의 손에 달아 준 것은 은이 육백오십 달란트요 은 그릇이 백 달란트요 금이 백 달란트며 또 금잔이 스무 개라 그 무게는 천 다릭이요 또 아름답고 빛나 금같이 보배로운 놋 그릇 두 개라. 내가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께 거룩하고 그릇들도 거룩하며 그 은과 금도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자원하여 드린 예물이니 너희는 예루살렘 여호와의 성전 골방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삼가 지키라. 이에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은과 금과 그 그릇들을 예루살렘 우리 하나님의 성전으로 가져가려 하여 그것을 받으니라.” (에스라 8:24-30)

 

귀환길에 오르기 직전, 에스라는 단지 하나님께 금식하며 기도한 데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행정적 준비와 안전 대책을 세웁니다. 바로, 백성들과 함께 모은 예물을 신실하게 관리하고 운반하기 위해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을 세워 그 책임을 맡긴 것입니다. 믿음은 무계획이 아니라, 책임과 분별력 있는 실천을 동반해야 함을 에스라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문은 그 때에 내가 제사장들 중 열두 명 곧 세레뱌와 하사뱌와 그들과 함께 있는 그들의 형제 열 명을 따로 세우고”(24)라고 기록하며, 에스라가 선별한 이들이 누구인지를 밝힙니다. 그들은 단지 수적으로 충당된 인원이 아니라, 거룩한 사명을 맡을 수 있는 사람들, 곧 하나님 앞에 구별된 제사장과 레위인들이었습니다. 에스라는 이들에게 백성들이 자원하여 드린 귀한 예물을 맡깁니다. 이는 은 650달란트, 은 그릇 100달란트, 100달란트, 금잔 20, 그리고 금같이 빛나는 보배로운 놋 그릇 2개였습니다(26-27).

 

이 예물들은 바벨론에서 온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드린 헌물이었으며, 예루살렘 성전 회복을 위한 중요한 재물들이었습니다. 이 중 많은 것들은 아닥사스다 왕과 고관들이 드린 것도 포함되어 있었고(참조, 에스라 7:15-16), 무엇보다 성도들의 기쁨과 자원함으로 드려진 헌금이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천문학적 가치의 예산을 맡긴 셈인데, 에스라는 이 거룩한 헌물을 아무나에게 맡기지 않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 내 물질의 청지기적 사명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에스라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여호와께 거룩하고 그릇들도 거룩하며 그 은과 금도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 자원하여 드린 예물이니 너희는 예루살렘 여호와의 성전 골방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삼가 지키라”(28-29). 여기서 에스라는 맡은 자들에게 단지 운반만 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물의 성격과 가치를 인식시켜주며, 하나님께 드려진 것임을 잊지 말고 삼가 지키라고 명령합니다. 이는 단지 물리적 보관의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성실함과 경건한 자세를 요구하는 말입니다.

 

이 장면은 신앙과 실천, 기도와 준비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게 맡겨진 책임을 철저히 감당하는 것. 바로 이것이 참된 믿음입니다. 에스라는 기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고, 동시에 구별된 사람들을 세워 예물을 안전하게 예루살렘까지 인도하도록 조처했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 무책임하게 맡겨두는 태도는 믿음이 아니라 무지이고, 반대로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것도 불신앙입니다.

 

또한 우리는 에스라의 이 지혜로운 준비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이유로 현실적인 계획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배워야 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말이 무계획과 무절제를 합리화하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더욱 신중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맡은 바 사명을 거룩하게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물을 드릴 때에는 그 액수보다 중심이 더 중요합니다. 본문은 많은 예물이 드려졌음을 기록하지만, 그것이 자원하여 드린 것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이는 마가복음 1241-44절에서 두 렙돈을 드린 과부의 헌금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님은 큰 액수보다도 믿음과 정성, 중심을 보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쉽게 숫자와 통계에 매몰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어떤 마음으로 드렸는가를 보십니다.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으며, 또 얼마나 신중하고 성실하게 우리의 맡은 일을 감당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맡은 재정과 사역, 사명과 책임은 거룩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거룩하게 다루는 삶, 곧 정직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에 충성하는 성도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너희는 여호와께 거룩하고그것을 삼가 지키라.” (에스라 8:28-29)

 

이 말씀이 우리의 삶과 사역 가운데 기준이 되길 바랍니다.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고전 4:2), 하나님께서 맡기신 예물과 사명, 사람들을 거룩하게 여기고 거룩하게 감당하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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