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귀환한 자들의 계보
본문: 에스라 8장 1-14절
“아닥사스다 왕이 통치할 때에 나와 함께 바벨론에서 올라온 족장들의 계보와 그들의 인원은 이러하니라…” (에스라 8:1)
에스라 8장 1절부터 14절은 아닥사스다 왕 시대에 에스라와 함께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자들의 계보를 기록하고 있다. 이 명단은 단순한 이름 나열이 아니라, 언약의 땅으로 돌아가는 믿음의 걸음을 걸었던 신앙의 사람들을 기념하는 장면이다. 본문은 먼저 제사장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이어서 평민들 중 족장들의 계보를 소개한다. 이들은 단지 출신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들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바벨론이라는 안정된 삶의 자리를 떠나, 위험이 도사리는 귀환길에 몸을 던진 믿음의 자들이었다.
계보에 등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제사장들은 아론의 자손들이었다. 아론의 세째 아들 비느하스의 후손인 게르솜과 네째 아들 이다말의 후손인 다니엘이 그 예다. 이들은 제사장으로서 혈통의 정통성뿐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열정과 신실함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들의 존재는 성전 중심의 신앙 회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이스라엘 회중의 예배 회복과 율법 교육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들이었다.
또한 다윗 왕가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핫두스가 명단에 등장한다. 그는 다윗과 솔로몬을 잇는 왕통에 속한 자로, 귀환 공동체 안에서도 하나님의 왕권과 다스림의 상징성을 지닌 존재였다. 그의 이름은 느헤미야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윗의 후손들도 귀환과 회복의 사역에 적극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계보에 등장하는 바로스 자손과 아딘 자손 등은 이전 스룹바벨과 함께 1차 귀환자 명단에 속했던 가문이기도 하다. 이는 이스라엘의 귀환이 단번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회복 사역이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렀지만 하나님께서 다시금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고, 에스라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오게 하셨다. 특히 아딘 자손 중 요나단의 아들 에벳과 함께한 오십 명은 바벨론에서의 비교적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회복의 기회를 붙든 자들이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기꺼이 헌신의 발걸음을 내디딘 신앙의 사람들이다.
엘리벨렛, 여우엘, 스마야는 아도니감 자손을 대표하는 자들로 언급된다. 본문에서는 그들을 ‘나중된 자’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온 가문이 뒤늦게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함께 귀환하였음을 뜻한다. 이는 앞선 자보다 끝까지 응답하는 자의 결단을 하나님이 기쁘게 여기신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하나님의 회복 사역은 때를 따라 순종하는 자들을 통해 완성되어 가며, 그 안에 속한 모든 사람은 주님의 역사 안에 기억될 이름이 된다.
본문에 기록된 족장들의 명단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바벨론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예루살렘의 험한 길을 자원하여 나선 이들의 이름은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증거다. 이들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약속을 붙들며, 자기 가족과 생명을 걸고 하나님의 도성으로 향했다. 그들의 걸음은 후대에 본이 되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귀한 도전이 된다.
우리는 이 이름들을 통해 믿음의 길을 걷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인정과 기억하심을 보게 된다. 하나님은 믿음을 보시며, 순종을 기억하시며, 자신을 의지하는 자를 높이신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성도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순종하는 삶으로 그 뜻에 동참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의 백성을 부르시며, 회복의 길로 나아갈 자들을 찾고 계신다. 우리가 이름 없는 무명의 자일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믿음과 순종을 귀히 여기시며, 그 이름을 하나님의 책에 기록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