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7장 25-26절
“에스라여 네 하나님께서 네게 주신 지혜를 따라 율법을 아는 자를 세워 강 서편 모든 백성을 재판하게 하고 가르치게 하되 그 중 알지 못하는 자는 너희가 가르치라. 누구든지 네 하나님과 왕의 율법을 준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사형이나 벌이나 옥에 가두거나 재산 몰수나 감금 중에서 적당히 행하라 하였더라.” (에스라 7:25-26)
에스라서 7장 후반부에서 바사 왕 아닥사스다는 에스라에게 단순한 종교적 사역을 넘는 행정과 사법권을 위임합니다. 이는 예루살렘 공동체의 재건이 단지 신앙 회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질서와 통치를 위한 체계적인 구조 회복까지 포함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첫째, 아닥사스다 왕은 에스라에게 하나님의 율법에 정통한 자로서 율법을 아는 자들을 임의로 세워 유프라테스 강 서편 지역의 백성들을 재판하고 가르치게 하라고 명령합니다(25절).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왕이 에스라에게 부여한 권한이 단지 종교 지도자의 권한을 넘어서 실질적인 행정·사법 권한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스라는 단순히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율법을 기준으로 백성들을 재판하고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율법 통치자로 세워졌습니다.
둘째, 이 재판의 대상은 '강 서편 모든 백성'으로 표현되었는데, 여기서 ‘강 서편’은 유프라테스 강 서쪽 지방을 의미하며, ‘모든 백성’은 단순한 이방인을 뜻하지 않고, 그곳에 흩어져 거주하던 이스라엘 자손들을 가리킵니다. 이들 중에는 포로 생활 중 이방의 풍습에 젖고 율법을 알지 못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에스라는 그들에게 율법을 가르치고, 그에 따라 그들을 재정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입니다. “그 중 알지 못하는 자는 너희가 가르치라”(25절)라는 말은, 율법 교육과 회복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셋째, 아닥사스다 왕은 이 율법을 어기거나, 왕의 조서를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해 사형, 재산 몰수, 감금 등 강력한 처벌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도 에스라에게 부여합니다(26절). 이는 단지 교육이나 종교적 가르침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공동체의 통치 구조를 세우는 일에 있어 에스라가 절대적인 위임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당시 바사 제국의 식민지 통치 방식 속에서 이 정도 수준의 자치권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하나님께서 에스라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이자 섭리였습니다.
넷째, 이러한 권한 위임은 에스라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의 지혜를 받은 자”였기 때문입니다. 아닥사스다 왕이 에스라에게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단순히 행정 경험이나 정치적 능력 때문이 아니라, “네 하나님께서 네게 주신 지혜를 따라”(25절)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곧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가 세상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근본임을 고백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잠언 2장 6절은 말합니다. “대저 여호와는 지혜를 주시며 지식과 명철을 그 입에서 내심이며”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은 신실한 자에게 지혜를 주시며, 그 지혜는 단지 영적 영역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질서와 정의를 세우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에스라는 성전에서만 머무는 제사장이 아니라, 율법으로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는 행정 지도자로서의 역할도 감당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말씀을 알고, 삶에 적용하며, 세상을 향해 질서 있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자이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닥사스다 왕이 에스라에게 부여한 권한은 단순한 종교적 책임을 넘어, 율법에 따라 백성을 재판하고 통치하는 행정과 사법적 자치권이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에스라를 통해 회복시키고자 하신 이스라엘 공동체의 전인적 재건을 의미하며,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백성은 말씀의 기준으로 세상 가운데 정의와 질서를 이루는 사명을 감당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