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714-24

너는 왕과 그의 일곱 자문관이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성전으로 기쁘게 드리는 은과 금을 가지고 가고무엇이든지 하늘의 하나님의 전을 위하여 하기를 기뻐하거든 왕의 창고에서 비용을 주게 하였노라.” (에스라 7:15,20)

 

에스라 7장 중반부에 기록된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를 통해, 당시 이방 제국의 왕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조서는 단순한 정치적 허가문을 넘어서, 하나님의 성전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의 신앙 회복과 관련된 깊은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첫째, 아닥사스다 왕이 가장 큰 관심을 두었던 것은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제사 제도의 회복과 제사의식의 바른 시행이었습니다. 그는 에스라와 그 일행이 예루살렘에 도착하면 즉시 여호와의 성전에서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를 위해 왕과 그의 신하들이 자발적으로 드리는 은금뿐 아니라, 바벨론 전 지역에서 이스라엘 자손이 기꺼이 드리는 예물을 성전에 바치도록 했습니다(15-17).

 

둘째, 아닥사스다 왕은 제사에 필요한 짐승과 곡식, 포도주, 기름, 소금 등의 제물 구입을 신속히 시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는 모든 절차가 하나님의 율법대로 엄격히 지켜지기를 원했습니다. 이것은 왕이 유대인의 율법을 이해하고 존중한 결과라기보다는, 막연하나 강력한 어떤 신의 진노를 피하려는 종교적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습니다(23).

 

셋째, 왕은 제사에 필요한 기물과 기명도 예루살렘으로 가져가 사용하도록 했으며, 성전에서의 제사와 봉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비용은 왕의 재정 창고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19-22). 이처럼 당시 바사 제국의 재정과 행정 시스템이 유대 공동체의 신앙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사용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넷째, 아닥사스다 왕은 성전 봉사자들에게 세금 면제의 특권까지 부여했습니다. 제사장, 레위 사람, 노래하는 자, 문지기, 느디님 사람 등 성전 일을 수행하는 자들에게 관세, 조공, 통행세를 면제하며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습니다(24). 이는 단지 관대한 시혜가 아니라, 이방의 왕이 두려움 속에서라도 하나님의 전을 잘 섬기게 하려는 강박에서 나온 조치였습니다.

 

다섯째, 이 조서의 핵심 동기는 23절에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하늘의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지 말라. 어찌하여 왕과 왕자의 나라에 진노가 임하게 하겠느냐?” 이 말은 아닥사스다 왕이 참되신 하나님을 믿고 경외했다기보다는, 이스라엘의 신이 막강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의 진노가 자신의 나라에 임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방인의 종교심에서 우러나온 표현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기보다는, 그분의 노여움을 피하려는 자세로 성전을 돕고자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방인의 종교심과 믿음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벨론과 바사 제국에서 신들을 섬겼던 자들은 그 신들을 달래고, 화를 피하고자 제사와 예물을 드렸습니다. 반면, 참된 신앙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자발적으로 순종하며, 하나님을 사랑하여 그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가 느부갓네살 왕 앞에서 고백한 것처럼,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구원하시겠고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는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겠나이다.” (다니엘 3:17-18)

 

결론적으로, 아닥사스다 왕의 조서는 하나님의 성전 회복을 위한 구체적 지원책을 담고 있으며, 이방인의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은 놀랍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때로는 믿지 않는 자들의 손도 사용하여 그의 뜻을 이루십니다. 그러나 성도는 이러한 이방인의 종교적 열심을 따르지 말고, 순결하고 살아 있는 믿음으로 하나님을 섬겨야 합니다.

 

이 시대에도 우리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순종, 형식이 아닌 진실한 경외, 그리고 계산된 예배가 아닌 전심의 제사를 드리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언제나 믿음으로 살며, 세상의 제도와 권세가 아니라, 말씀과 은혜에 뿌리를 두고 신앙을 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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