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를 통한 하나님의 섭리
본문: 에스라 7장 11-13절
“여호와의 계명의 말씀과 이스라엘에게 주신 율례 학자요 학자 겸 제사장인 에스라에게 아닥사스다 왕이 내린 조서의 초본은 아래와 같으니라 모든 왕의 왕 아닥사스다는 하늘의 하나님의 율법에 완전한 학자 겸 제사장 에스라에게 조서를 내리노니 우리 나라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중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뜻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너와 함께 갈지어다” (에스라 7:11-13)
에스라 7장의 중반부는 바사 왕 아닥사스다가 에스라에게 보낸 공식 조서를 기록하면서, 에스라에 대해 거듭하여 '여호와의 율법에 능한 학사 겸 제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는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서, 에스라가 이 시기의 이스라엘 공동체에 왜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학적, 역사적 맥락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 저자가 에스라를 거듭하여 “율법에 능한 학사 겸 제사장”이라 수식하는 이유는 자기 자랑이나 과장된 영웅 서사가 아닙니다. 에스라서의 저자로서 그는 자신을 강조하기보다는, 당시 예루살렘 공동체가 신앙적으로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었는지를 배경으로 삼아,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준비된 종이 누구였는지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성전은 재건되었지만(에스라 6장), 백성의 마음은 여전히 말씀에서 멀어져 있었고,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과 삶의 기준이 모호해진 상황이었습니다.
둘째, 그렇기에 에스라는 단순히 성전 봉사의 제사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에 능통하며, 그것을 연구하고, 준행하며, 가르칠 수 있는 종합적인 자질을 갖춘 인물로 부각됩니다. 그는 단순한 사제나 학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교사요 지도자였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에스라가 가진 자격, 실력, 영적 정통성을 강조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어떻게 한 시대를 회복하시기 위해 사람을 준비시키시는지를 보여줍니다.
셋째, 아닥사스다 왕이 에스라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자들을 허락한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왕은 바사 제국 내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백성과 제사장들, 레위 사람들 중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뜻이 있는 자’**들에게 자발적인 귀환을 허락합니다(에스라 7:13). 이는 두 가지 중요한 신앙적 교훈을 포함합니다.
하나는, 당시 여전히 바벨론과 그 주변에 남아있던 유대인 공동체의 광범위함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성전이 재건되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아직 귀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백성이 반드시 물리적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이라는 하나님의 도성으로 향하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상징적인 여정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닥사스다 왕이 강제적으로 귀환을 명하지 않고, 자원하는 자들에게만 허락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앙 원리를 봅니다. 즉, 하나님의 일은 강제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직 자원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9장 7절의 말씀처럼,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 하나님은 억지로가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사역에 참여하기를 원하십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반복적으로 에스라를 수식하는 이유는, 에스라 개인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회복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람을 준비시키셨는지를 밝히기 위함입니다. 에스라는 율법에 능통한 학사요 제사장이었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가르치기로 마음에 품은, 온전한 신앙적 자격을 갖춘 지도자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향한 자들도 억지나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믿음과 순종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여정에 동참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갈망을 회복하고, 에스라처럼 하나님 앞에 준비된 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각자의 자리에서 충성되이 사명을 감당하는 성도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