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2:12–16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 자기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은 복이 있으니 이는 그들이 생명나무에 나아가며 문들을 통하여 성에 들어갈 권세를 받으려 함이로다 개들과 점술가들과 음행하는 자들과 살인자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및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는 다 성 밖에 있으리라 나 예수는 교회들을 위하여 내 사자를 보내어 이것들을 너희에게 증언하게 하였노라 나는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니 곧 광명한 새벽 별이라 하시더라(요한계시록 22:12–16)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장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다시 말씀하시며, 자신이 누구신지를 명확히 계시하십니다. 이는 단지 자기 소개의 수준을 넘어서, 예언의 성취자이며 구속사의 완성자로서 그분의 정체성과 사명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 말씀 안에는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자와 들어가지 못할 자에 대한 분명한 구분이 드러납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요 22:13)고 선포하십니다. 이는 요한계시록 전체에서 반복되는 표현으로, 예수께서 시간과 역사, 창조와 종말의 주권자이심을 나타냅니다(참조: 계 1:8, 17; 2:8; 21:6). 알파와 오메가는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로서, 처음과 끝, 즉 완전성과 영원성을 뜻합니다.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체로서 영원토록 스스로 존재하시며, 만물을 시작하시고 마무리하시는 주권자이심을 선언하는 것입니다(빌립보서 2:6-11 참조).
둘째, 예수님은 자신을 “다윗의 뿌리요 자손”이라 하십니다(요 22:16). 이는 이사야 11장 1절의 예언을 성취하는 말씀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윗의 혈통으로 오신 참된 메시야이자 이스라엘의 왕이심을 의미합니다. 그는 다윗 이전에 계신 영원한 하나님이시며(뿌리), 동시에 다윗의 후손으로 이 땅에 오신 성육신하신 인자(자손)입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곧 중보자 되심을 함께 증언합니다(요한계시록 5:5 참조).
셋째, 예수님은 자신을 “광명한 새벽별”이라 부르십니다. 새벽별은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이 오기 전,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서,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8장 12절에서 “나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고, 어둠 가운데 거하던 인류에게 참된 빛으로 오셨습니다. 그는 죄와 사망, 절망과 고통의 어두움을 몰아내는 분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여금 영원한 빛 가운데 거하게 하십니다. 민수기 24장 17절의 “야곱에게서 한 별이 나오며”라는 예언도 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습니다.
넷째, 새 예루살렘 성에 들어갈 자는 “자기 두루마기를 빠는 자들”입니다(22:14).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자신을 정결케 한 자들을 가리킵니다. “이 사람들은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요한계시록 7:14)라는 말씀처럼, 구속받은 자들은 자신의 노력이나 공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를 믿고 그 은혜에 참여한 자들입니다. 어떤 사본에서는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들”이라고 번역되지만, 본문의 중심 의도는 ‘그리스도의 보혈에 참여함으로 구속받은 자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도성에 들어갈 자격이 주어진 자들이며,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자들입니다.
다섯째, 반대로 새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지 못하는 자들이 분명히 경고되고 있습니다. “개들과 술객들과 행음자들과 살인자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들”은 성밖에 있게 될 것입니다(22:15). 여기서 ‘개들’은 불결하고 하나님과 관계없는 자, 혹은 유대 전통에서 하나님께 속하지 않은 자들을 가리키며, 신명기 23:18과 빌립보서 3:2에서는 우상숭배자나 율법주의자 등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들은 단순한 도덕적 타락을 넘어 하나님을 배반하고 진리를 거절하는 자들로, 요한계시록 21:8, 27에서도 동일하게 경고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성 밖, 즉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 영원한 사망의 심판 가운데 놓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알파와 오메가, 다윗의 뿌리와 자손, 광명한 새벽별로 계시하시며, 모든 인류에게 생명과 심판, 구원과 거절 사이에서 선택할 것을 촉구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묵시적 환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지는 실질적 초청이자 경고입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의 보혈에 참여하며, 삶으로 복음을 고백할 때, 우리는 영원한 새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를 거부하고 진리를 왜곡하며 악을 일삼는 자들은 성밖에 남겨져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음성 앞에 서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오라” 하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믿음으로 두루마기를 빠는 자로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그날 주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주의 말씀을 따라 성결과 순종의 삶을 힘써 살아가야 합니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계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