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2장 6-11절
“또 그가 내게 말하기를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된지라 주 곧 선지자들의 영의 하나님이 그의 종들에게 반드시 속히 되어질 일을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보내셨도다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 하더라 이것들을 보고 들은 자는 나 요한이니 내가 듣고 볼 때에 이 일을 내게 보이던 천사의 발 앞에 경배하려고 엎드렸더니 그가 내게 말하기를 나는 너와 네 형제 선지자들과 또 이 두루마리의 말을 지키는 자들과 함께 된 종이니 그리하지 말고 하나님께 경배하라 하더라 또 내게 말하되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인봉하지 말라 때가 가까우니라 불의를 행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행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하게 하라” (요한계시록 22:6-11)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천사는 사도 요한에게 분명히 명령합니다.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인봉하지 말라”고. 이는 구약 성경의 다니엘서에서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이 말을 간수하고 이 글을 인봉하라”고 하신 명령(다니엘 12:4)과는 정반대의 명령입니다. 유대 묵시문학에서 자주 보이던 인봉(印封)은 어떤 계시가 장차 있을 먼 미래를 위한 것임을 뜻하는 표현이었지만, 요한계시록에서는 그 반대로 '인봉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신학적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그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 22장 7절과 12절에서 주님은 “보라 내가 속히 오리라”고 두 차례 반복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강조 이상의 것으로, 종말의 사건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임을 알리는 절박한 메시지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먼 미래의 예언이 아니라, 당시 성도들이 당면한 역사 속 현실과 연관된 말씀으로, 그 내용이 곧 성취될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지금 이 말씀을 읽고 깨달아야 하며, 따라서 그 말씀은 인봉될 수 없는 것입니다.
둘째, 이 예언의 말씀을 읽고 지키는 자에게는 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서두(1:3)와 결말(22:7, 14)에서 반복해서 이 말씀을 지키는 자가 복이 있다고 증거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이 말씀을 읽고, 듣고, 지켜서 축복과 생명을 얻기를 원하신다는 뜻입니다. 이 예언이 감춰져 있다면 그 복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없으며, 회개의 기회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한복음 3:16)라는 복음의 핵심처럼, 요한계시록 역시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가 담긴 경고이자 권면입니다.
셋째, 당시 환난과 핍박 가운데 있던 성도들을 위로하고 보호하시기 위함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로마 제국의 핍박 속에 살아가던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 책에는 믿음을 지킨 자들에게 주어질 상급과 하나님 나라의 영광, 그리고 악한 자들에게 주어질 심판이 반복해서 나타나며, 이는 성도들에게 끝까지 견디라는 하나님의 강력한 권면입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요한계시록 2:10)는 말씀처럼, 본서는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하고자 인봉되지 않은 것입니다.
넷째, 하나님의 심판이 불신자들에게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회개하고 돌아오게 하려는 목적입니다. 요한계시록은 구원받을 자와 심판받을 자를 분명히 나누며, 그 사이에 아직 돌아올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브리서 9:27)라는 말씀처럼, 본서는 회개의 기회를 가르치는 경고장이며 동시에 구원의 초청장입니다. 예수께서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태복음 9:13) 하신 말씀처럼, 이 책의 목적은 죄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돌이켜 구원으로 인도하는 데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요한계시록 22장 11절의 “불의를 행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행하고…”라는 말씀을 근거로, 선한 자와 악한 자가 이미 결정되었기에 더는 인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이 말씀은 회개의 기회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님을 경고하는 동시에, 지금 회개하라는 절박한 요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예언은 인봉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이가 열어보고 읽고 돌이켜야 할 메시지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은 이 말씀을 단순한 과거의 유산으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오히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파하라”(디모데후서 4:2)는 말씀처럼, 요한계시록에 담긴 경고와 소망을 마음에 품고, 복음을 전파하며 주의 재림을 준비해야 합니다. 복음은 오늘, 지금 전해져야 할 생명의 메시지이며, 인봉되지 않은 그 말씀 속에 우리 모두의 생명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속히 오십니다. 우리는 그날을 준비하며,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가르치고, 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 책의 예언의 말씀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으리라”(요한계시록 22:7). 이 말씀을 오늘 우리 삶에 실천하며, 이 땅의 마지막 때를 준비하는 주의 백성으로 굳게 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