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1장 27절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그리로 들어오지 못하되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뿐이라” (요한계시록 21:27)
요한계시록 21장은 하나님의 새 창조, 즉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 대한 찬란한 계시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영광의 도성에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7절은 그곳에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구속의 은혜가 결코 값싼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본절은 영광스러운 천상의 삶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그것을 잃을 수 있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첫째, 사도 요한은 “속된 것”은 결코 새 예루살렘 성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속된 것’은 헬라어로 *코이노스(koinos)*로, 일반적이거나 세속적인 것을 의미할 수 있으나, 본문에서는 더 강한 의미로 사용되어 ‘모독적이고 하나님을 더럽히는 것’들을 지칭합니다. 이는 우상 숭배자들이나 거룩함을 더럽히는 행위를 의미하며, 하나님께서 거룩하시기에 거룩하지 않은 것은 결코 하나님의 거처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성경 전체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레위기 11:45)라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의 교제는 철저한 거룩함 위에서만 가능함을 강조합니다.
둘째, “가증한 일”을 행하는 자들 또한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가증한 자들’이라는 표현은 종말에 나타날 배교자들, 하나님의 진리를 고의적으로 거부하고 불경건한 삶을 자처하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요한계시록 17장 4절은 음녀 바벨론을 가리켜 “가증한 것들과 그녀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한 금잔을 가졌다”고 묘사하며, 타락한 종교적·도덕적 실상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통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온갖 죄악의 모범이 되기에 결코 천국 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셋째, “거짓말하는 자들” 또한 배제됩니다. 단순히 거짓된 언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악과 불의를 보고 침묵하거나 조장하고, 심지어 진리를 왜곡하고 가짜로 포장해 사람들을 미혹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이러한 자들 중에는 ‘거짓 선지자’들이 포함되며, 이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 거짓을 진리처럼 가르치는 자들입니다. 요한계시록 2장 2절에서도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거짓말하는 자로 규정합니다. 이들은 자신을 의롭다 여기며 교회 안에서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들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은 “어린 양의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자”입니다.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속받은 자들, 주님의 보혈로 죄사함을 받은 성도들을 뜻합니다. 요한계시록 3장 5절에서는 “이기는 자는 생명책에서 그 이름을 결코 지우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십니다. 이 생명책은 단순한 명부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속에 있는 자들의 영원한 시민권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이 경고의 말씀을 단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엄중한 권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 예루살렘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들에 대한 이 말씀은 그들이 언젠가 회개하면 다시 들어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 이 순간,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아가 진실한 믿음과 회개의 삶을 사는 것만이 그 영광스러운 도성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7장 21절에서 예수님은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천국은 단지 언어의 고백이나 종교적 활동만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자들, 그의 피로 씻김 받고 변화된 자들,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자들만이 그 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나는 거룩함을 따르고 있는가? 나는 세상의 가치보다 하나님 나라의 기준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나는 진리를 사랑하고 거짓을 멀리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 앞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점검하며, 어린양 되신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려는 순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결국, 새 예루살렘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속받아 그의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된 자들만이 영원히 거하는 거룩한 처소입니다. 우리는 그 날을 소망하며, 지금 이 땅에서부터 거룩함을 좇고, 진리를 사랑하며, 하나님 앞에 진실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참된 성도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