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75

그의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 (요한계시록 17:5)

 

요한계시록 17장에 등장하는 큰 음녀는 그 정체가 명확히 드러나는 존재입니다. 겉으로는 자주 빛과 붉은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치장하며, 손에는 금잔을 들고 있는 화려한 모습이지만, 그 내면은 음행과 가증함, 우상숭배로 가득 찬 죄악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이마에는 분명히 그 정체를 나타내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다는 것은, 이 음녀의 본질이 숨겨지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드러났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당시 로마 시대의 창녀들은 자신들의 이름이나 신원을 이마에 머리띠처럼 새겨서 드러내곤 했습니다. 그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사도 요한은 하나님께 받은 환상 가운데 이 음녀의 정체가 누구인지, 그 죄악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비밀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는 미스테리온(μυστήριον)’이라는 헬라어로, 단순히 감춰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는 신비한 내용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이 음녀의 정체는 인간의 이성과 지식으로는 쉽게 알아낼 수 없으며, 오직 성령께서 열어주셔야만 깨달을 수 있는 영적 진리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이름은 큰 바벨론입니다. 이 바벨론은 단순히 고대의 한 도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바벨론은 포로로 끌려갔던 아픈 기억의 도시였으며, 동시에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만과 우상숭배, 타락과 폭정을 일삼던 악의 상징이었습니다. 바벨론은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으로부터 시작하여, 선지서에서는 이방의 강대한 제국이자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의 큰 바벨론은 단순한 지리적 도시가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고 성도들을 핍박하는 모든 악한 권세와 문화, 정치, 종교의 총체적 상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름은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입니다. 이는 이 음녀가 단순히 한 시대의 부패한 세력에 그치지 않고, 모든 시대와 민족에 영향을 끼치며, 모든 우상숭배와 도덕적 타락의 근원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음녀 바벨론은 시대를 초월한 모든 악의 영적 뿌리로 작용하며, 하나님께 대한 불순종과 배교, 그리고 성도들을 향한 핍박의 중심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 음녀를 단순히 바벨론 제국이나 로마 제국으로 한정지어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고대의 바벨론과 로마, 예루살렘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적그리스도적 문화와 사상, 구조적 죄악의 총체적 상징이며,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는 영적 세력의 대표자입니다.

 

따라서 성도된 우리는 이러한 음녀의 정체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하며, 그녀의 화려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내면에 있는 가증함과 음행의 실체를 꿰뚫어보는 영적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에베소서 511절은 너희는 열매 없는 어둠의 일에 참여하지 말고 도리어 책망하라고 말씀합니다. 바벨론의 문화는 세상의 부요와 쾌락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결국은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본 말씀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를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첫째, 세상의 화려함과 유혹이 곧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하나님은 지금도 그 음녀 바벨론에서 나올 것을 우리에게 촉구하십니다.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요한계시록 18:4)

 

우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그리스도의 정결한 신부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 세상 속에서 타협하지 않고, 바벨론의 영적 음행에 빠지지 않으며,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로 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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